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위한 100만 촛불 민심을 개헌 동력으로 삼은 국민의당과 새누리당 비박계에 대항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손을 잡았다. “하야 한다면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을 보장하겠다”는 문 전 대표를 향해 일침을 가했던 이 시장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을 겨냥한듯 “박근혜 퇴진, 새누리당 해체를 위해 온 국민이 싸우는 사이 나라 훔칠 계획에 여념 없는 자들이 있다”고 꼬집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제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3위에 올라서며 문 전 대표마저 위협하고 있는 이 시장이 “개헌을 반대한다”며 수세에 몰린 문 전 대표를 옹호한 모양새가 됐다.
200만 촛불집회가 예정된 26일에도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손학규 전 민주당 전 고문은 회동을 통해 개헌론과 ‘제3 지대론’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친박, 친문 패권주의에 대응하는 대안 정치세력을 형성해야 한다”는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민의당도 지난 25일 ‘현 시국과 개헌, 그리고 제 3지대론’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개헌 정국 조성에 박차를 가했다. 이 자리에는 박 국민의당 위원장과 손 전 고문, 정 전 국회의장을 비롯해 김무성계인 김학용 새누리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박 위원장은 “대한민국 정치를 보면 한두 사람이 욕심을 내고 있다. 그분이 총리도 안된다, 개헌도 안된다 이렇게 선언을 하니까. 전체 정치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며 문 전 대표를 비판했다. 국민의당은 개헌 찬성론자를 총리에 세우고 이를 통해 의원내각제 형태의 개헌을 한다는 포석이다. 이에 김민석 민주당 특보단장은 페이스북에서 ‘호남이 참여하는 연정을 하자. DJP연정 때 자민련은 경제장관 다먹었다’는 박 국민의당 위원장의 발언을 소개하며 “본심이 무엇인가? 야권 통합인가? 박근혜 퇴진이 목표인가? 총리확보로 개헌 추진판 마련인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종인·박영선 의원 등 당내 반문(反文) 인사들도 개헌을 주장하고 있지만 문 전 대표는 “지금 시기에 개헌은 안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문 전 대표는 25일 수원 지역 대학생들과의 대화에서 “개헌을 매개로 한 정계개편에 대해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며 “저도 헌법에 손 볼 곳이 많다고 생각하고 지난 대선에도 공약을 내세울 만큼 개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있지만 이 사태를 개헌을 이야기하면서 제왕적 대통령제가 사태의 근본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헌을 하자는 주장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을 물타기 하고 공범이었던 새누리당의 책임을 물타기 하는 것이 담겨있다고 본다”며 “헌법에 죄가 있는 것이 아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없애는 시급 과제는 개헌이 아니라 정당개혁”이라고 주장했다.
이 시장도 가세했다. 이 시장은 페이스북에서 “정치 기득권 카르텔을 강화하는 내각 개헌제를 매개로 정치기득권자들이 제 3지대 창당을 시도 중”이라며 “야권 일부는 국민이 불 끄느라 정신없는 틈에 방화범과 손을 잡고 곳간 차지 생각에 여념이 없다”고 국민의당을 꼬집었다. 이어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등 탈당세력과 야권 일부 야합세력의 성과 탈취 성공은 구악 기득권의 부활을 의미한다”며 “4·19 혁명 뒤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6월 항쟁 뒤에는 6·29 기만과 3당 합당세력이 피의 투쟁성과를 훔쳤다”꼬 지적했다. 이어 “11월 항쟁 뒤에는 개헌을 매개로 제 3 지대 창당세력이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