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강남훈 에너지공단 이사장 "에너지신산업은 '제2 UAE 원전'...수출 플랫폼 만들어 키워야"

파리협정서 美 탈퇴해도 온실가스 감축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

효율적 수요 관리·'원전+신재생' 전력생산 믹스로 해답 찾아야

전기차 보급 늘리려다 에너지수요 급증 '더치 패러독스' 경계를

서경이 만난 사람. 강남훈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권욱기자서경이 만난 사람. 강남훈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권욱기자


모로코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2)에 갔다 온 직후 진행된 인터뷰여서인지 강남훈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은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신산업’이라는 화두에 ‘꽂혀’ 있었다.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 참여하는 신기후협약(2020년)을 이행해야 할 기간이 2~3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도 액션플랜을 서둘러 만들어야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거스를 수 없는 큰 파도가 몰려오는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난파할 수 있다는 우려감도 짙게 배어 있었다.

27일 용인 본사에서 만난 강 이사장은 “전체 85%의 온실가스가 산업과 발전 분야에서 나오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온실가스 감축이 어려운 나라”라며 “이의 해결책은 전력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수요관리’와 원전·신재생에너지 확대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공단이 세운 에너지데이터분석센터(EDAC)로 공장과 빌딩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이사장은 행정고시 26회로 공직에 입문해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과장과 자원개발정책관, 지식경제부 기후변화에너지정책관 등을 지낸 에너지·기후변화 분야 전문가다.


/대담=이철균 경제정책부 차장

-최근 모로코에서 열린 COP22에 참석하셨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처음이라 주목을 받았다. 분위기는 어땠는지.

△트럼프 당선인이 파리협정을 비준하지 않겠다고 공약에서 밝히기도 했지만 총회장의 분위기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물론 미 국무장관의 발언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움직임은 이제 큰 물결이 됐다. 그것을 거스르기 힘들다는 큰 힘 같은 게 느껴졌다.

-그래도 미국이 파리협정을 탈퇴하면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는 동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닌가.

△몇 가지 포인트가 있다. 먼저 지난 1997년 체결된 교토협약과 지난해의 파리협약을 비교해보자. 교토협약의 경우 미국은 중간에 탈퇴했고 중국이나 인도 등 덩치가 큰 개발도상국은 아예 빠져 있었다. 더욱이 1997년 협약 체결 후 발효까지 8년이 걸렸다. 지금은 어떤가. 파리협약은 올해 11월까지 대부분의 국가가 발효했다. 1년이 채 안 걸린 것이다. 미국은 물론 중국·인도 등 주요 선진국·개도국이 모두 들어와 있다. 그래서인지 COP22의 분위기만 놓고 보면 미국이 탈퇴해도 상관없다는 분위기마저 있다.

-2007년 발리에서 열린 기후변화당사국 총회를 취재한 적이 있다. 환경도 중요하지만 더 깊이 깔린 것은 각국의 이익이었다.

△맞다. 온실가스 감축은 당연히 중요하고 지금은 명제가 됐다. 그런 와중에 각국이 치밀하게 따지는 것은 ‘이익계산서’다. 한 에너지 전문가가 들려준 미국과 중국의 파리체제 참여 이유는 이렇다. 미국은 최대 셰일가스 생산국이다. 가스를 이용한 발전을 하면 온실가스는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미국의 국익을 높이려면 어떻게 하겠는가. 주요 경쟁국도 끌어들이는 것이다. 높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다른 국가의 산업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결국 미국에 이익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는 이미 오염이 극심해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 국제체제에 들어가 감축하면서 목소리를 내면 이익이 된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설명이었다.

-우리나라도 온실가스 감축을 해야 한다.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많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감축이 가장 어려운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이미 산업화돼 있는데다 원자력 발전의 비중도 높은 편이다. 특히 전체 온실가스의 95%가 에너지와 산업공정 분야에서 나온다. 무리하게 감축할 경우 산업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미국이나 중국처럼 땅덩어리가 큰 것도 아니고 막대한 천연가스도 없다. 수단도 마땅치 않아 감축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30년 배출전망치(BAU, 8억5,100만톤) 대비 37%로 결정했다. 그래도 최적의 방법은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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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축으로 해야 한다. 수요와 공급, 두 부분에서 50%씩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첫째는 수요 부문, 즉 에너지 효율 향상이다. 건물이나 산업계 등에서 사용하는 전기의 패턴 분석 등에 빅데이터나 정보통신기술(ICT)의 신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현재는 건물에너지효율관리시스템(BEMS)이나 공장에너지효율관리시스템(FEMS)을 활성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둘째는 전력생산의 믹스다. 미국에는 셰일가스가 있다. 태양광발전 등도 넓은 사막을 활용하면 된다. 우리는 원자력발전과 신재생에너지뿐이다. 미세먼지나 온실가스 때문에 다른 발전은 쉽지 않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전력 믹스는 곧 원전과 신재생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인데, 쉽지 않은 것들이다.

△어느 전문가가 ‘더치(Dutch) 패러독스’라는 말을 하더라. 네덜란드가 친환경을 위해 전기차 보급을 늘리는 정책을 폈다고 한다. 에너지 수요는 급증했을 테고 결국 석탄발전을 확대하는 카드를 썼더니 온실가스 등의 배출이 늘고 환경에 더 악영향을 끼쳤다는 의미였다. 누진제나 에너지신산업 등은 충돌하는 부분이 여럿 있다. 예를 들어 전기차가 확산되면 전기 공급도 늘려야 한다. 온실가스를 감축하면서 공급을 늘리려면 석탄발전 대신 LNG 또는 원전을 더 돌려야 한다. LNG는 발전단가가 높고 원전은 반대 여론이 크다. 한국은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되 원전도 늘리는 방법밖에 없는 이유다. 국가가 에너지 믹스를 고민해야 할 때다.

-BEMS나 FEMS 등에서 효과는 나타나고 있는지.

△공단은 최근 안양 LS산전 연구개발(R&D) 캠퍼스 건물에 처음으로 BEMS 설치를 인증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충전해 전력소비가 가장 많은 시간(최대부하)에 공급하고 태양열과 지열 히트펌프 등 신재생에너지도 가동하고 있다. 에너지를 어떻게 어디서 쓰는지 소비현황을 분석해 최적의 운전상태를 유지하도록 했다. 그렇게 해서 LS산전 R&D건물은 연간 에너지 소비를 최대 15% 이상 절감했다.

-ICT를 이용한 빅데이터를 수집해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는 것은 어떤 식인지.

△공단은 LS산전처럼 에너지를 절감한 노하우를 ICT를 이용해 빅데이터로 축적하는 ‘에너지데이터분석센터(EDAC)’를 구축했다. BEMS와 FEMS·ESS를 설치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식이다. 현재 16개 건물에 대한 에너지 사용과 관리현황을 15분 단위로 수집해 분석하고 있다. 난방과 냉방·급탕은 물론 조명·전기기기 사용량과 흐름, 승강기의 움직임을 모두 파악해 원격 관리하고 이를 데이터화하고 있다.

-파리체제 이후 각국이 에너지 신산업 경쟁에 뛰어들었다. 온실가스도 감축하고 산업경쟁력도 높이는 식인데.

△미래의 먹거리다. 규모는 갈수록 커질 것이다. 태양광부터 전기차 등에 투자하는 규모를 보면 어마어마하다.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우리 기술경쟁력은 높다. 마이크로 그리드가 대표적인데 신재생에너지와 ESS 등 에너신 산업을 이용해 마을이나 지역이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해 소비하는 시스템이다.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을 수출한 것처럼 에너지 신산업도 수출산업으로 키워야 한다.

-최근 서울경제신문 에너지전략포럼도 비슷한 주제로 진행됐는데.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들이 해외 진출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에너지 신산업 분야에서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하려 하면 현지 당국에서는 작은 기업이라는 이유로 보증을 받아오라고 한다. 진출장벽인데, 에너지공단이 지금도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앞으로 더 많은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ADB와 함께 필리핀 코브라도섬에 태양광과 ESS를 결합한 청정에너지 자립섬 시범사업도 성공했다. 그런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중소기업들이 다자간개발은행(MDB) 해외사업 정보나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에너지 신산업 수출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다./정리=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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