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에서 봉사활동을 한다고 하니 부모님께서도 좋은 일 한다고 하시면서 잘 다녀오라고 하시던걸요.”
지난 26일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에서 만난 자원봉사원 마하원(16) 학생이 웃으며 전한 말이다. 마양은 “시험기간이긴 하지만 오늘은 다른 친구들도 많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쓰레기 청소를 위해 빗자루를 고쳐 잡았다.
26일 150만명이 몰린 광화문 촛불집회가 평화롭게 진행될 수 있었던 데는 ‘2030 자원봉사단’의 선행이 톡톡히 한몫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에 따르면 이날 온라인으로 모집한 20~30대 자원봉사자 100여명이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다. 이들은 시청역 3번 출구 근처에서 추위에 떠는 집회 참가자들을 위해 핫팩을 무료로 나눠줬다. 자발적 온라인 후원을 통해 모든 400만원으로 구입한 핫팩이었다. 촛불집회가 끝날 무렵에는 쓰레기와 핫팩을 무료로 교환해주는 자원봉사에 나서기도 했다.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이런 봉사활동에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자원봉사자로 나선 직장인 이홍준(31)씨는 “낮부터 자원봉사에 참여하기 위해 일찌감치 대전에서 올라왔다”며 “지난주 집회 때 와보니 시위대 안전에 위험한 것들이 보여 대학친구 4명과 함께 자원봉사를 지원했다”고 말했다. 종로구청도 온라인으로 자원봉사자 총 30명을 모집했다. 이들은 집회 중이나 집회가 끝난 후 현장에 떨어진 쓰레기를 치우는 봉사활동을 주로 했다.
광화문 인근 상인들도 촛불집회 시위대를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의 카페 ‘통인커피공방’은 급수 쉼터를 마련해 집회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따뜻한 보리차를 나눠줬다. 카페가 위치한 자하문로는 5차 촛불집회만에 처음으로 시위가 허용되면서 수천 명의 시민 행진이 이어졌다. 이 가게 창문에는 ‘9년 만에 처음 여기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9년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통치기간을 합한 것을 뜻한다는 게 카페 관계자의 설명. 그는 “눈도 오고 날씨도 추워서 힘들어할 시민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어 준비했는데 3시간 넘게 쉴 틈이 없을 정도로 시민들이 몰려들고 있다”면서도 연신 미소 지으며 시민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박진용·최성욱기자 yong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