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임금협상 난항…잘나가던 정유업계도 긴장

SK이노 노조 호실적 보상 요구에

사측 "다가올 혹한에 대비" 맞서

S-OIL·현대오일뱅크도 대립각





국내 정유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 노사가 정부 조정에도 불구하고 올해 임금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정유업계에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올해 호실적에 걸맞은 대폭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와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동결 내지 소폭 인상을 주장하는 사측이 맞붙은 결과다.

재계에서 그나마 ‘돈 버는 업종’으로 불렸던 정유회사마저 갈수록 경영 상황이 나빠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재계에서는 정유업계의 임협이 이례적으로 연말까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지난 22일 중앙노동위원회가 내놓은 조정안(기본급 1.5% 인상)에 각각 반발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SK이노베이션 노조는 당초 기본급 5% 인상을 요구했으나 동결을 제시한 사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자동 호봉승급분을 감안하면 2.7%의 인상요인이 있다는 게 사측 입장이다.


실적만 놓고 보면 인상의 근거는 있다. SK이노베이션의 3·4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조3,79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7,037억원)과 비교해 40%가량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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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측의 입장은 다르다. 올해 호실적은 ‘알래스카의 여름’처럼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해 다가올 혹한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과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환율과 유가가 언제 급변동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올해 실적이 좋다고는 하지만 유가가 오름세를 보였던 상반기를 분리해서 보면 3·4분기 들어 전체 정유사 실적이 반토막 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에 합의한 10월 이후 반짝 상승세를 보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다시 떨어져 배럴당 50달러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유가가 상승하면 정유사들이 미리 사놓은 원유의 재고이익이 늘어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실적에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

정유사들이 올해 대대적인 투자에 나선 것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S-OIL의 경우 올해 울산에서 총투자비 4조8,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RUC&ODC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이 때문에 사측은 임금 동결을 통한 미래성장동력 발굴 협조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노조는 당초 5.2% 인상을 요구해 S-OIL 역시 협상이 평행선을 긋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모(母)기업인 현대중공업이 일부 생산시설까지 폐쇄할 정도로 대대적인 구조조정 작업을 펼치고 있어 임금 대폭 인상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본부장급 이하 임원들의 업무지원차량을 모두 회수할 정도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이 회사 노사는 정유 4사 중 가장 먼저 기본급 1.7% 인상에 합의한 GS칼텍스보다 소폭 낮은 수준에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본급은 한 번 올리면 지속적으로 비용 요인이 돼 회사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 초 성과급을 800% 이상 지급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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