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양국 간에 정치적·역사적 부담이 적은 청년들의 교류 같은 공공외교 활성화가 중요합니다.”(저우신위 베이징외대 국제관계대 부교수)
“한중 간에는 공생보다 서로 양보를 통해 주고받는 협생(協生)의 개념이 필요합니다.”(이희옥 성균관대 중국연구소장)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로 삐걱대는 한중 양국 관계의 활로를 공공외교 확대에서 모색해야 한다고 한중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한중 양국 외교부가 28일 중국 장쑤성 양저우에서 주최한 제4차 한중 공공외교포럼에 한중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 200여명이 참석해 양국의 공공외교 정책 방향과 인문교류 증진 방안 등을 논의했다. 공공외교란 정부 간의 소통과 협상을 일컫는 전통적 외교와 달리 학문·역사·문화·예술 교류 등으로 외국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신뢰를 얻고 국가 이미지를 높여 국가 영향력을 제고하는 외교활동이다. 올해로 네 번째를 맞은 이번 포럼은 최근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중 관계를 반영해 교류 증대 및 상호 신뢰 증진을 주제로 열렸다.
이희옥 소장은 “한중일 동아시아 협력을 견인해나갈 수 있는 힘은 한중 교류에서 나온다”며 “유연한 생각을 지닌 한중일 3국 청년의 혼성적 정체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중일 공동 대학을 창설하고 각국 유학생이 현지 주류사회에 들어갈 수 있도록 유학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우신위 교수도 “공공외교 활성화를 위해서는 청소년 교류, 군사 및 해경의 공동 훈련, 지방공무원 교환근무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욱연 서강대 중국연구소장은 “양국 간 교류는 늘어나고 있지만 문제·가치·미래를 공유하는 형태는 아니다”라고 진단하며 한중 청소년 간의 반중 혐한 정서 완화, 유교 등 전통가치의 공동 발굴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쑨위시 전 중국 주아프간대사는 비자 없는 신분증의 통용, 한중 화물의 제로 관세화, 양국 학력의 상호인증, 양국 간 고속철도 건설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양국 교류의 성과와 양적 성장에 대한 참석자들의 성찬과는 달리 최근 급변한 한중 관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첸훙산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는 “사드 배치는 단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중요한 전략적 사안”이라며 “사드 배치의 명분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방어 목표를 내걸고 있지만 더 심층적인 전략적 고려가 있을 것”이라고 거듭 중국의 입장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현동 외교부 공공외교대사는 “양국이 직면한 ‘공동의 도전’을 ‘공동의 기회’로 전환해나가야 한다”며 “안보 문제가 양국민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공공외교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한중 공공외교포럼은 지난 2013년 6월 한중 정상의 합의에 따라 양국 국민의 상호 이해 및 인식 제고를 위해 설립돼 서울과 베이징을 오가며 연례적으로 꾸준히 개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