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갤럭시노트7 단종 등으로 경영여건이 녹록지 않지만 최근 인수한 미국 전장 업체 하만처럼 미래 성장 분야에 대한 과감한 M&A와 반도체·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핵심 사업에 대한 시설투자를 크게 늘려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강조하는 ‘불황일수록 투자하라’는 경영철학을 실천하겠다는 의미가 깔려 있다.
30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9일 주주들에게 “신기술 도입을 위해 선제적 투자를 집행할 필요가 있다”며 “시설투자와 M&A는 지속성장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연간 설비투자에 최소 27조원 규모가 필요하고 이 밖에도 성장에 필요한 M&A 등을 위해 70조원 이상의 현금비축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순현금 비중을 높게 갖고 가겠다는 것은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M&A와 시설투자에 나서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삼성전자가 내년에도 안정적 영업이익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미래사업에 대한 M&A를 과감하게 집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전장사업 육성을 위해 하만을 9조3,000억원에 사들였는데 내년에도 바이오·전장·인공지능(AI) 등 첨단 분야에서 하만을 능가하는 대형 인수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공격경영’ 이면에는 탄탄한 실적이 있다.
올해 영업이익은 28조원 수준으로 전망되는데 내년에는 19%가량 늘어난 33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이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D램과 낸드플래시 수급이 타이트할 것으로 보여 반도체 부문에서만도 올해보다 29% 급증한 16조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OLED 생산능력도 40%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173% 급증한 5조원을 웃돌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공격투자를 위한 든든한 ‘실탄’이 쌓여가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올해에만도 6개 기업을 인수합병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9월 말 등기이사로 등재된 후에는 3주 만에 2건의 M&A를 잇따라 성사시켰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내년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책임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인수합병의 횟수와 규모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