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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미씽’ 엄지원 ②, “‘마스터’ 이후 엄블리로 다시 태어 날 로코 대본 기다리고 있어요”

이언희 감독의 영화 ‘미씽’으로 다시 한번 내공을 입증한 배우 엄지원이 “다음에는 로맨틱 코미디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 작품은 무조건 밝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그게 멘탈적으로 훨씬 괜찮은 것 같아요. 그런데 저에겐 로맨틱 코미디 대본은 들어오지 않네요. 왜 그럴까요? 사실 로코 대본을 기다리고 있어요.”

/사진제공=메가박스㈜플러스엠/사진제공=메가박스㈜플러스엠




최근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엄지원은 한 마디 한 마디가 시원 시원하고 매력이 넘쳤다.

드라마, 스릴러, 코미디, 멜로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내공 있는 연기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아온 배우 엄지원. ‘소원’의 강인한 모성부터 ‘더 폰’의 살해당한 아내,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의 미스터리한 인물에 이르기까지 매 작품 다채로운 캐릭터를 선보여온 그녀인 만큼 이번 영화 ’미씽‘ 에 대한 기대감도 컸던 게 사실.

‘미씽: 사라진 여자’는 이혼한 워킹맘 지선(엄지원)이 어느 날 아이와 함께 감쪽같이 사라진 보모 한매(공효진)를 추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엄지원은 “극 중 지선이란 인물을 통해 여성들이 얼마나 많은 차별을 받으면서 살아가는지 볼 수 있을 것이다” 며 “이번 ‘미씽’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여자들의 가슴 속에 수많은 질문을 던질 것이다”고 자신했다.

실제로 배우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영화를 찍으면서 타인이 바라보는 시선은 아주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 삶과 연결시켜 보면, 전 도우미 아주머니를 부르고 있어요. ‘난 이 분을 편하게 대하고 있고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는데 이모는 과연 내가 편하실까?‘ 관계의 우위에 있어서는 다르게 느낄 수도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거죠. ”

영화는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외면하고 무심히 지나쳤던 일상 가운데 벌어질 수 있는 끔찍하고도 서늘한 사건을 섬세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어 여운이 크다. 그 속엔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 할 수 없는 엄마이자 여성인 지선이 있다.

엄지원의 감정 몰입도 역시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엄지원은 “‘마스터’ 보다는 체력적으로 힘든 건 아니었는데, 멘탈이 힘들어서 그런지 근육통 왔었다”며 “영화 때문에 없던 승모근을 얻었을 정도”라고 털어놓았다.


’소원‘ ’더폰‘ ’경성학교‘에 이어 ’미씽‘까지 연달아 감정적으로 힘든 작품을 해온 엄지원, “저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영화의 다양성을 생각해보고, 앞으로 한국영화를 함께 이끌어 갈 제 후배를 생각하며 보다 각별한 마음으로 했어요. 늘 보던 영화가 아니라 더 마음에 들었어요.”라며 활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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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메가박스㈜플러스엠/사진제공=메가박스㈜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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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와 가해자를 이분법으로 나누고 있지 않은 점, 극장가에서 쉽게 보기 힘든 ‘워맨스(woman+romance)’ 영화라는 점에서도 주목 받은 작품이다.

이에 엄지원은 “ ‘브로맨스’ 영화보다 우리 영화가 더 새롭지 않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것도 잘 만들어서 한번 영화가 좋으면 충무로 흥행 공식과 상관없이 잘 될 수 있다는 꿈을 가지고 작품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영화의 엔딩신이 인상적이다. 스포일러가 돼서 구체적으론 말 할 수 없지만 아프면서도 여운을 남긴다. 또한 남자 관객과 여자 관객이 보는 시각이 엇갈리는 복합적인 의미가 담긴 장면이기도 하다. 엄지원은 “미안함과 감사함이 엇갈리고, 온전한 이해와 아픔들이 복합적으로 담겨 있어 이 작품을 선택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장면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엄지원은 ‘미씽’에 이어 개봉을 앞둔 조의석 감독의 ‘마스터’로 돌아온다. 타협 없이 직진만 하는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재명’ (강동원 분)을 걱정하면서도 그를 굳게 믿는 ‘신젬마’ 경위 역으로 열연한다. 그녀가 분한 신젬마는 솔직한 성격과 쿨한 매력을 지닌 지능범죄수사대 소속 경위이다.

감정적으로 극한 세계로 이끈 ‘미씽’을 “아픈 손가락이자, 여배우로서의 책임감이 담긴 작품”이라고 설명한 그는 차기작 “‘마스터’는 정신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준 영화이다”고 말했다.

“사람이 행복하게 살려면 ‘마스터’ 같은 작품을 해야겠구나” 란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쉽지 않았던 ‘미씽’ 작업. 여배우로서 탐나는 여우주연상을 노리고 있지는 않을까. 그녀의 쿨함은 여기서도 드러났다.

영화 ‘미씽’ 한 장면 /사진제공=메가박스㈜플러스엠영화 ‘미씽’ 한 장면 /사진제공=메가박스㈜플러스엠


영화 ‘마스터’ 포스터영화 ‘마스터’ 포스터


“행여나 ‘미씽’으로 상을 받게 되면 생각해 볼지도 모르겠는데 (웃음)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선 연달아 감정적으로 힘든 작품은 해선 안 될 것 같아요.”

엄지원은 2002년 MBC 드라마 ‘황금마차’로 데뷔하며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배우로서 필모그래피를 차근 차근 채워왔다. 혹시나 배우 엄지원이 아닌 감독 엄지원의 모습도 볼 수 있을까?

“제가 메가폰을 들 날이요? 절대 볼 수 없을 것 같은데요. 감독들이 다 대단한 것 같아서 엄두를 못내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면 생각 해 볼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배우로서 말하는 게 좋아요.”

한편, 지금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모두가 외면하고 지나쳤던 그녀들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 ’미씽‘은 지난 30일 개봉해 전국 극장가에서 만날 수 있다.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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