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SRT發 수도권 교통체계 변화

고승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고승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고승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오는 9일 수서발 고속철도(SRT)가 개통된다. 이름은 생소하지만 우리나라 117년 철도역사상 처음으로 경쟁체제가 도입돼 수서에서 출발하는 고속철도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물론 철도와 같은 공공서비스에서 경쟁체제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지만 영국·스웨덴 등 유럽 각국에서 철도 경쟁체제를 도입하면서 서비스 개선과 운영 효율화, 그에 따른 요금인하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우리도 SRT 개통으로 경쟁을 통해 우리나라 철도서비스의 개선과 운영 효율화를 기대해본다.

SRT는 경쟁체제 도입 및 고속철도 서비스 확대 이외에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 바로 서울 강남 및 강동권, 그리고 수도권 동남부를 서비스 권역으로 두고 있다는 점이다. SRT는 이 지역에 수서역·동탄역·지제역의 3개역을 두고 고속철도로 보다 빠르게 전국의 모든 지역을 연결하게 된다. 기존 KTX는 출발역인 서울역·용산역 외에 수도권에는 광명역 하나로 수도권 지역 접근성이 상당히 제약돼온 것이 사실이다. SRT는 수도권의 성장 잠재력이 큰 수도권 동남부 지역은 물론이고 이들과 연결돼 접근성이 좋아지는 전국 모든 지역에 경제발전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RT 간접효과 분석에 따르면 SRT 건설로 인해 생산 유발효과 9조5,000억원, 일자리 창출 효과 7만6,000개의 간접 효과가 기대되며 3개 역사를 신설함으로써 4,981억원의 경제 유발효과가 발생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과거 KTX 건설 당시 지역 경제가 수도권으로 흡수돼 지방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빨대효과’를 우려하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KTX 효과를 분석해보면 이는 기우에 그쳤다. 최근 인천발, 수원발 KTX 고속열차의 운행이 추진되는 것도 이러한 접근성 개선에 따른 지역 경제 발전 효과를 기대하는 측면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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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3개역이 신설되면서 현재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는 경부축에 대한 수송능력 증대 및 혼잡완화 효과가 예상된다. 더욱이 현재 건설 추진 중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 A노선(동탄~파주)이 SRT의 수서~동탄 구간 선로를 공용 운행하도록 예정돼 있어 선로공용과 함께 중간역 신설로 경부축의 교통혼잡 완화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방에서 차를 몰고 오는 승객이 동탄역에 자동차를 주차하고 철도로 서울 및 수도권 여러 지역으로 더 저렴하고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됨으로써 단순한 광역 고속철도역의 성격을 넘어 수도권 남부 관문으로 철도 중심의 효과적인 수도권 교통체계를 구축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SRT는 수도권 시·종착역 분산으로 서울~시흥의 고속철도 병목구간을 해소하는 효과도 지닌다. 고속열차 운행횟수가 경부선 183회에서 256회로, 호남선 86회에서 128회로 43%가 늘어나게 되고 고속열차 이용이 많아지면 도로교통량을 완화시키는 등 교통 분야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된다.

SRT 개통으로 이제 수서에서 부산까지 2시간 9분대, 목포까지는 2시간 6분 만에 연결되면서 서울·용산역 출발 KTX 대비 약 6분에서 최대 14분 정도까지 시간이 단축됐다. 역까지의 접근성 개선까지 고려한다면 시간단축 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이용자들의 선택이 가능해지고 요금도 평균 10%, 최대 15%까지 싸다고 한다. 특히 기존 고속열차보다 고객 편의를 위한 다양한 시설과 서비스도 주목할 만하다. 넓어진 좌석 간 거리와 함께 스마트 기기 이용객을 위한 콘센트와 무선 인터넷이 설치되고 최초 항공기 식 밀폐형 선반 등이 갖춰졌다고 하니 앞으로 승객들은 보다 편안하게 열차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SRT 개통을 계기로 국민을 위한 화끈한 경쟁을 통해 서비스의 획기적인 개선까지도 기대해본다.

고승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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