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가를 죽여라.” 월스트리트 금융사에 대한 극단적 적개심을 드러내는 이 표현은 영화 ‘라스트홈’에 나오는 대사다. 미국 플로리다의 건설노동자 데니스 내쉬는 회사부도로 주택담보대출이 연체돼 집이 압류된다. 아들, 홀어머니와 함께 길거리로 나앉게 된 내쉬는 오히려 부동산 브로커에게 1,000가구의 연체자들을 한 달 내 퇴거시키는 일을 제안받는다. 고민하던 그에게 제안자는 “100명 중 한 명만 방주에 타는 거야. 99명은 가라앉는 거지”라고 말한다. 그래서 영화의 원제목은 ‘99 Homes’다. 2007년 서브프라임 사태 후 미국 중산층이 겪은 고통과 몰락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주택 압류에 실제 참여했던 보안관, 부동산 브로커 등이 출연하고 수백 명의 홈리스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제작돼 리얼리티를 살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미국인 여섯 가구 중 한 가구는 주택 압류의 위기에 놓였다고 하니 금융사의 무자비한 주택 압류를 보는 미국인의 시각이 고울 리 만무하다. 실제 지난 2012년 2월 미국 법무부는 5개 주요은행과 49개주의 불법주택 압류와 관련, 소비자에게 250억달러를 배상하라고 조정했다. 대상 주택만도 200만가구에 달했다. 법무부는 당시 금융사 형사 책임은 별개라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차기 정부의 첫 재무장관에 내정된 스티븐 므누신이 도덕성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월가 출신 은행가인 므누신이 2008년 지인들과 함께 공동으로 설립한 은행 ‘원웨스트’가 2년 전 단돈 27센트 때문에 플로리다에 사는 90세 노파의 집을 압류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집 한 채로 역모기지를 이용하는 이 노인에게 423.30달러의 보험료를 청구했다가 착오로 27센트를 안 낸 것을 트집 잡아 유일한 재산인 집을 압류 조치한 것이다. 아무리 자유 계약의 중요성을 강조한 미국 사회지만 햄버거 한 개의 팁만도 못한 금액으로 집을 빼앗은 금융사의 탐욕을 용서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온종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