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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프리즘] ‘SNL8’ 하라는 풍자는 안 하고! 이세영 성추행에 엄앵란 유방암 희화화까지 사고만 연달아

‘SNL코리아’가 이제는 정말 존폐를 거론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하고 말았다. 크루 이세영의 B1A4 성추행 파문으로 논란을 빚으며 자숙을 다짐한 지 불과 한 주만에 이번에는 영화배우 엄앵란의 유방암을 희화화했다는 논란으로 다시 한 번 추문에 휩싸였다.

‘SNL코리아8’는 지난 11월 26일 방송에서 생방송이 시작되기 전 크루 이세영이 호스트로 출연한 남성 아이돌 그룹 B1A4의 성기를 옷 위로 터치하며 환호하는 백 스테이지 동영상을 공개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세영의 성추행 파문이 떠오르면서 B1A4 뿐 아니라, 인피니트나 블락비 등 앞서 호스트로 출연했던 남성 아이돌 그룹들이 비슷한 성추행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사건은 결국 경찰조사까지 가게 됐고, 이세영이 김민석이 호스트로 출연했을 당시 기습 키스를 한 사건까지도 다시 한 번 조명을 받게 됐다.

tvN ‘SNL코리아8’ 크루 이세영의 B1A4 성추행 장면과 정이랑의 엄앵란 비하 패러디 / 사진 : tvN ‘SNL코리아8’tvN ‘SNL코리아8’ 크루 이세영의 B1A4 성추행 장면과 정이랑의 엄앵란 비하 패러디 / 사진 : tvN ‘SNL코리아8’




이세영 사건의 파장이 커지면서 ‘SNL코리아’는 이세영을 크루에서 하차시키고 사과문을 올렸지만, 문제는 바로 다음 주인 12월 3일 방송에서 다시 터져나왔다. KBS ‘불후의 명곡’을 패러디한 콩트 코너에서 크루 정이랑이 영화계 원로배우 엄앵란의 분장과 성대모사를 하며 등장해 “난 가슴이 없다”는 말을 한 것이다.

사실 정이랑의 엄앵란 성대모사는 이미 ‘SNL코리아’의 ‘Saturday Night Line’ 코너에서 정이랑이 선보이고 있던 패러디였고, 문제가 된 “가슴이 없다”는 것은 정이랑이 평소에도 작은 가슴을 언급하며 종종 사용하던 표현이었다.


하지만 정이랑이 패러디한 당사자인 엄앵란은 2015년 한 건강 관련 프로그램에서 검진을 받다가 유방암을 발견하게 됐고, 이로 인해 한 쪽 유방을 완전히 절제하는 수술을 받은 바 있다. 그렇기에 정이랑이 엄앵란 성대모사를 하며 “가슴이 없다”는 표현을 한 것이 엄앵란의 유방암 수술을 희화화했다는 오해를 받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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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L코리아’가 이처럼 연이어 사고를 터트리며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SNL코리아’를 끝내라는 요구까지도 등장하고 있다. 2012년 대선 당시 보여준 날카로운 정치와 사회 풍자는 사라지고, 이제는 저질 패러디만 남은 ‘SNL코리아’는 더 이상 보고싶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NBC에서 방송되고 있는 ‘SNL’은 한국의 ‘SNL코리아’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느껴질 정도로 수위가 높은 개그와 패러디가 등장하지만, 그 못지 않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정치풍자’다. 특히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SNL’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과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대한 시의적절한 정치풍자로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한국의 ‘SNL코리아’는 ‘SNL’을 지탱하는 두 개의 큰 줄기 중 하나인 정치풍자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에는 ‘여의도 텔레토비’나 ‘베이비시터’ 등으로 날카롭게 정치풍자를 선보였지만, 이후 tvN의 모기업인 CJ가 정치권과 얽히게 되면서 스스로 정치풍자를 포기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최순실 게이트를 풍자했다가 PD가 교체되며 외압설에 휘말리기도 했지만, 이 역시 과거와 같은 날카로운 패러디가 아닌 단순히 최순실과 정유라의 몇 가지 특징만을 과도하게 희화화하는 어설픈 풍자에 그쳤었다. 그리고 그마저도 외압설에 의해 바로 묵과되고 말았다.

‘SNL’의 생명은 해야 할 말은 당연히 하고, 오히려 직접 다룰 수 없는 민감한 이야기들을 풍자와 패러디를 통해 던질 수 있는 용기다. 하지만 한국의 ‘SNL코리아’는 외압을 이유로 스스로 ‘SNL’의 장점을 던져버렸고, 이제 남은 것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저질의 패러디 뿐이다. 이런 ‘SNL코리아’를 더 지켜보는 것도 이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원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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