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내년 경제운용은 '6개월 시한부']'경기둔화' 위기 경보음 커지는데...정작 경제팀은 안보인다

부처 힘안실려 "하던 업무나 하자"는 분위기

내년 경제정책 방향은 새로운 내용 담기보다

재정 조기집행 등 경기하락 방어수준 그칠듯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2월.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처럼 최악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흐름이 좋지도 않았다. 7개 분기 연속 0%대(전기 대비) 저성장으로 경기 둔화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소비·투자·수출 등이 단기간에 개선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당시 현오석 경제팀은 “서민층의 가계소득 증가가 정체되고 일자리도 찾기 어려운데 생계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가계부채 부실화, 자본 유출입 변동성 확대 등 위험요인이 잠재돼 있다”고 진단했다.


불과 두 달 전 이명박 정부가 2013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내놓은 경기진단을 한번에 뒤집는 평가였다. 현오석 경제팀은 가장 먼저 재정확대(추가경정예산 17조3,000억원)와 기준금리 인하(0.25%포인트) 카드를 꺼내 대응했다. 물론 경제정책 방향의 근간도 이명박 정부의 그림자를 전부 지우고 박근혜 정부에 맞춰 새롭게 다시 짰다.

박근혜 정부가 현재 준비 중인 마지막 경제정책 방향(2017년 경방)의 운명도 이렇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 탄핵 정국이 정치권의 시나리오대로 진행되고 내년 상반기 중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손바닥 뒤집듯이 모든 판이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준비하고 있는 유일호 경제팀에 힘이 실릴 수 없는 이유다. 탄핵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조금이라도 걷히면 경제 컨트롤타워인 경제부총리라도 먼저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이 역시 6개월짜리라 한계가 뚜렷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소비·생산·투자 등 거시경제지표는 뒷걸음치고 있는데 나라 안팎의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추가 하락의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기를 떠받치던 건설투자도 내년에는 줄어든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올해 4·4분기부터 주택착공 면적이 줄어들면서 내년에는 성장률을 올해보다 0.4~0.5%포인트 갉아먹을 것으로 전망됐다.


경제 체력이 소진되면서 성장률은 지난해 4·4분기부터 4분기 연속 0%대(전 분기 대비)에 머물고 있다. 연간 성장률 전망치도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 민간 연구소들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대 초반으로 내놓고 있는 가운데 정부도 이달 예정된 경제정책 방향에서 2%대 성장 전망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만일 정부가 2%대 성장 전망에 합류하면 외환위기 당시이던 1999년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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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는 2013년 5월(세수 충당, 17조3,000억원), 2015년 7월(메르스·가뭄, 11조6,000억원), 2016년 7월(구조조정·일자리, 10조원) 등 총 세 번이나 추경을 편성했다. 지난 4년 동안 사실상 매년 예산과 추경 편성을 반복했지만 경기 하락의 물꼬를 바꾸지는 못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단기 성장률보다 잠재성장률 하락을 더 큰 문제로 꼽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경제가 노동과 자본 등 동원 가능한 생산 요소를 모두 투입해 인플레이션 등의 부작용 없이 최대로 이뤄낼 수 있는 성장률을 말한다. 한 나라의 경제 체력이자 중장기 성장 경로를 보여주는 중요 지표다.

KDI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2016~2020년 3%대로 보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미 2%대까지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성장률은 이미 잠재성장률을 밑돌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을 커지고 2%대 저성장이 본격화하는데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잠재성장률 밑으로 떨어진 경제 체력(성장률)을 어떻게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위기의 경고음은 계속 커지는데 최근 들어 경제팀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데 마땅한 정책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경제부총리 두 명이 한 경제팀에서 동거하는 상황이 한 달 이상 계속되면서 실무자들의 업무 집중도와 속도를 높이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곧 물러날 사람이 무슨 정책이냐”는 유 부총리의 어색한 상황도 경제팀의 마음을 복잡하게 하고 있다. 이미 교체가 예정된 유 부총리 체제에서 준비 중인 내년 경제정책 방향에 힘이 실리기 어려운 이유다. 유 부총리의 현장방문 등 외부 활동도 최근 부쩍 줄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것을 하기보다는 기존에 하던 업무나 계속하자는 분위기가 다수”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년 경제정책 방향에는 새로운 내용이 다수 담기기보다는 재정 조기 집행(예산 당겨쓰기) 등 경기 하락을 방어하는 기본에 충실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유 부총리는 최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투자·고용 확대와 소득 확충, 4차 산업혁명 대응 등을 중심으로 준비해 경제정책이 공백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정곤기자, 조민규기자 mckids@sedaily.com

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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