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는 ‘예방접종 피해보상 전문위원회’가 신고 사례를 심의한 결과 특별히 우려할만한 자궁경부암 백신만의 이상반응이 없어 백신의 안전성을 재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전문위원회는 소아과·감염내과·신경과·예방의학과·법의학 전문의, 변호사 등 외부 위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본부 당국자 2명 등 총 15명이 위원으로 참여해 예방접종 이상반응에 따른 피해보상을 결정하는 기구다.
◇‘주사 공포성 실신’ 뺀 진짜 이상반응 3명뿐= 신고된 16건은 지난 6월 20일부터 11월말까지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은 15만4,122명의 0.01%에 해당한다. 증상별로는 예방접종 직후 일시적인 의식소실(실신) 4건, 두드러기 4건, 발열·두통 4건, 접종부위 통증 2건, 근육마비 1건, 족부 염좌 1건이었다. 백신 종류별 이상반응 신고건수는 약 12만건 접종된 ‘가다실’(MSD)이 11건(0.0092%), 약 3만4,000건 접종된 ‘서바릭스’(GSK)가 5건(0.014%)이었다.
전문위원회는 16건 중 일시적 실신 4건, 접종부위 통증 2건, 뺨에 발생한 두드러기 1건 등 총 7건이 백신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했으며 증상은 모두 경미했다.
잠깐 실신한 4명은 백신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주사에 대한 두려움 등 심리적 요인으로 접종 직후나 5~10분 뒤 정신을 잃었다가 곧 깨어났으며 별다른 후유증을 보이지 않았다.
접종 20분 뒤 뺨에 두드러기가 생기고 목이 붓는 느낌이 있다는 A양은 의료기관에서 항히스타민제 주사를 맞고 증상이 사라졌다. 접종일에 발적·부종 없이 접종부위 통증만 호소한 B양은 진통제 복용 후 괜찮아졌다. 백신을 맞은 다음날 접종부위 통증, 이틀 뒤 통증과 근력저하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은 C양은 진통제를 맞은 뒤 별 이상이 없어 퇴원했으며 1~2주 뒤 증상이 사라졌다.
◇16명 중 5명은 다른 질환 등이 원인= 전문위원회는 의심증상으로 두드러기, 발열, 두통·시야변화, 근육마비, 족부염좌를 각각 신고한 5명에 대해 편두통, 재발성 두드러기, 바이러스 감염, 염증 등 다른 이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아 ‘백신과의 관련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두통·시야감소를 신고한 D양은 접종 다음날 시야감소 증상이 20~30분간 나타난 뒤 없어졌고 안과에서 시신경·시야검사를 받은 결과 이상이 없어 ‘편두통 전구증상’으로 분류됐다. 접종 다음날 아침 엄지발가락·발바닥 통증으로 걷기 불편해 정형외과에서 족부염좌 진단을 받은 E양은 염좌치료 2~3일 뒤 호전됐다.
접종 후 간헐적으로 두드러기가 반복해서 발생해 접종 한달 반 뒤 신고한 G양은 피부과에서 두드러기 약을 처방받아 증상이 생겼을 때 복용했더니 호전돼 ‘재발성 두드러기’ 판정을 받았다. 접종 다음날 안면근육마비 증상으로 신경과를 찾은 H양, 두통·오심·발열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은 I양은 바이러스성 감염으로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고 항바이러스제 치료 등을 받은 뒤 호전됐다.
◇4명은 경미하고 회복 빨라 관련성 판단불가= 전문위원회는 두드러기, 발열 증상을 신고한 4명은 신고자들의 증상이 경미했고 회복도 빨라 백신의 이상반응인지 백신과 관련 없는 증상인지 판단할 수 없다는 결론을 냈다.
J양은 접종일 밤 발열·두통·오심으로 고생하다 다음날 발열(38.7℃)과 함께 잠시 쓰러졌다가 바로 회복됐다. K양은 접종일 오후 두통·발열·어지러움으로 응급실을 찾았다가 해열제 주사를 맞고 퇴원했으며 이틀 뒤 증상이 사라졌다. L양은 접종일엔 얼굴에, 다음날엔 가슴에 두드러기가 생겨 피부과에서 약·주사제 투약 후 호전됐으며 ‘음식물로 인한 두드러기로 의심된다’(진료 의사)는 진단을 받았다. 아토피가 있던 M양은 접종일 밤부터 가렵고 가슴·등에 발진이 생겼으나 평소 쓰던 아토피 연고를 바른 뒤 호전됐다.
보건당국은 올해 6월 2003년생(만 12세, 중1) 여학생을 대상으로 무료 예방접종에 들어갔지만 국내외에서 이상반응 소식이 전해지면서 11월까지 33%(15만4,122명)만 1차접종을 받았다. 2003년생은 연내 1차접종을 받아야 내년에 2차접종 비용(15만~18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만 12~13세엔 6개월 간격으로 2회만 맞으면 되지만 14~15세 이후엔 3회를 맞아야 한다.
김중곤 전문위원회 위원장(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자궁경부암은 매년 1,000명이 사망하는 질환”이라며 “일부에서 나타나더라도 며칠이면 사라질 경미한 이상반응보다 암 예방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