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KDI "금리 더 내려라"...곤혹스런 한은

"금리상승땐 기업 자금조달 차질

가계는 원리금 상환 부담 커져

물가 끌어올리는 정책도 필요"

KDI, 보고서 통해 지적

탄핵 가결땐 재정당국 힘못써

경기부양책 금리인하가 유일

통화당국 한은 고민 깊어져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발 금리 상승으로 장기 금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내년에도 저물가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 가계와 기업이 이중고를 겪을 수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물가를 끌어올리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가결되면 거시경제의 또 다른 축인 재정 당국은 당분간 ‘식물 상태’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사이에 낀 한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6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대내외 여건 변화가 국내 소비자물가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통해 “향후 국내 장기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이에 상응할 정도로 물가 상승세가 확대되지 못하면 실질금리가 상승해 경기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며 “국내 통화정책은 보다 완화적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책연구원인 KDI가 한은에 추가 금리 인하를 압박한 셈이다.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1,300조원이 넘는 빚을 떠안고 있는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진다. 구조조정에 몸살을 앓고 있는 기업도 자금조달이 버거울 수밖에 없다. 여기에 물가마저 낮은 수준을 이어갈 경우 기업은 매출이 줄고 부동산을 쥐고 있는 가계도 원리금 상환 부담이 더 커지는 등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 KDI가 한은에 적극적으로 물가를 끌어올릴 것을 주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박 대통령의 탄핵이 가결되면 내년 대선까지 거시경제의 또 다른 축인 재정 당국도 힘을 쓰기 어려워진다. 이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후 경제부처 수장인 기획재정부의 모습을 찾기가 힘들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경제부처의 한 고위관계자는 “청와대의 역할이 사라지면서 각 경제부처 장관들조차 현안을 해결하는 데 소극적인 모습”이라며 “어려운 경제를 이끌어야 할 유일호 부총리마저도 이미 떠나야 할 사람이 남아 있다고 말하고 다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내년 예산안은 이미 경기를 떠받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년 세출예산안은 추가경정예산안을 포함한 올해 예산 대비 0.5%(2조1,000억원) 늘어난 데 불과하다. 400조원이라는 상징적 숫자는 넘어섰지만 실제 효과는 긴축에 가까운 셈이다. 본예산(386조4,000억원)과 비교해도 증가율은 3.7%로 내년 경상성장률(4.1%), 그리고 내년 세입증가율(6.0%)보다 낮다. 경기부양 효과가 가장 큰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되레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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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라 안팎의 여건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남은 수단으로 통화정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고민을 반영하듯 이주열 한은 총재는 당초 4일부터 7일까지 예정돼 있던 라오스 출장을 취소하는 한편 5일에는 긴급 간부회의를 주재했다. 그는 회의에서 “현 경제 상황과 향후 전망에 대해 보다 면밀히 점검하는 한편 시장과 소통을 위해서도 배전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이 심상치 않고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실물경기의 추가적인 하락이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정책 당국의 대응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재정이 어렵다면 통화 당국이라도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세종=이태규기자 ksh25th@sedaily.com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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