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M아카데미] 누구와, 어떤 경쟁을, 왜 할 것인가

이상명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변화의 시대, 일신우일신 자세로 '기업의 본질' 되새겨야

이상명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이상명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경영학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왜 어떤 기업은 성공하고 어떤 기업은 실패하는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이에 대한 해답을 경영전략의 관점에서 찾아본다면 바로 ‘경쟁우위’라는 개념의 유무에 있다. 세상에서 가장 잘 ‘팔리는’ 경영학자라고 할 수 있는 마이클 포터에 의해 정리된 이 개념은 굳이 경영이 아니더라도 우리 일상에서 더 나은 성과를 내고자 할 때 언급되는 일반 용어가 되었다. ‘컴페터티브(competitive)’와 ‘어드밴티지(advantage)’로 구성된 이 개념은 ‘competitive’ 즉 경쟁을 전제로 한다. 기업 간 경쟁이 됐든 개인 간 경쟁이 됐든 여기에는 상대방(경쟁자)이 기본적으로 존재하며 성과를 위해서는 현재의 (또는 잠재적인) 경쟁자를 명확히 하고 이들보다 더 나은 (상대적) 가치를 제공해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즉 ‘남보다 더 나은’ 무언가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추격자서 선도자로의 위치 변화


세계 11위 경제대국…‘따라잡기’론 한계

과거 성공방식 답습은 발전 더디게 할 뿐

이러한 노력들은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당당히 설 수 있게 해주는 원천이 돼왔다. 지난 시절 우리는 일본 기업을 배우려 노력했으며 미국을 부러워했고 독일을 따라 하고자 했다. 그 덕분에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으로 당당히 설 수 있었고 우리가 살아온 한 세대 동안 겪은 변화는 그야말로 상전벽해가 다름없는 것이었다. 지난 시간의 ‘누군가를 부러워하고, 따라 하며, 이기려 했던’ 그 노력들이 오늘의 우리를 있도록 해준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지난 시절의 경쟁우위가 주었던 감사함을 넘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되지 않았나 한다. 우리 기업은 이제 누구를 ‘따라 하던’ 데서 나아가 그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시장을 선도’하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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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중국의 전설적인 성군 은나라 탕왕이 세숫대야에 새겨두고 아침저녁으로 마음에 새겼다는 이 말의 의미가 새롭다. 남이 아닌 나를 바라보며 남과 차별화된 상대적 가치가 아닌 어제의 나에서 나아진 모습을 추구하는 마음, 이것이야 말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경영의 원칙이 아닐까 한다.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위치에 서게 된 우리 기업들이 직면한 ‘이제 누구를 따라 하고 이겨야 하나’ 하는 아이러니한 문제도, 일상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상대적 박탈감에 젖어 모두를 패자로 만드는 작금의 사회 현상도 결국 나와 기업의 본질을 되새김으로써 극복될 수 있다. 이의 실천적 과정을 위해 필자는 우선 다음의 세 가지에 주목하고 싶다.


경쟁우위서 벗어나 나를 찾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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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정체성 등에 대한 가치관 재정립하고

고객·시장 지향점 삼아 익숙함과 결별해야

첫째, 기업과 경영, 일과 삶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을 재정립해야 한다. 흔히 우리 기업은 비전에는 강하나 미션에는 약하다는 평을 듣는다. ‘세계 1등’과 같이 기업이 지향하는 미래의 모습을 간단한 문맥으로 표현한 비전은 많은 기업들이 가지고 있으나 왜 그러한 목표를 가져야 하고, 왜 우리 회사가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고찰인 미션은 약하다. 개인도 마찬가지여서 ‘남보다 나아야지’라는 목표는 있지만 내 존재에 대한 가치관은 미약한 게 현실이다. 진정 우리 회사의 정체성과 업에 대한 고민, 그리고 개인적 차원에서의 가치관 확립은 우리가 고민해야 할 첫 번째 실천과제다.

둘째, 새롭게 한다는 것은 익숙한 것, 지난 성공방식으로부터의 결별을 의미한다. 그 필요성은 누구나 동의하지만 누구도 하기 싫은 것이 ‘변화’다. 더구나 내 방식으로 지금의 성공을 일군 개인이나 경영자라면 ‘내 방식’에 대한 확신은 종교적 신념보다도 더 강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성공은 해당 특정 사업을 할 때의 상황과 여건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서 이뤄진 것이지 내가 가진 방식만으로 된 것은 아닌 경우가 많다. 지난날의 방식에 대한 고집은 새로운 변화에 대한 적응과 대응, 그리고 나의 발전을 더디게 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새롭게 나를 변화시키며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해나가지만 그 지향은 항상 고객과 시장이 돼야 한다. 왜 우리 회사가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는 나를 위해서도, 상대를 이기기 위함도 아닌, 오직 고객의 부족한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우리 기업에 가장 필요한 것은 회사와 개인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과 더불어 지난 성공방식과의 결별, 그리고 이를 통한 ‘일신우일신’의 자세가 아닐까 한다. 또한 이는 지향 없이 무조건 달려가기만 하고 있는 우리가 스스로 돌아보게 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가을이 무르익은 이 주말, 춘천 가는 길로 나서봐야겠다. 나를 새롭게 돌아보며…….

이상명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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