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전경련과 국가 권력, 그 애증의 역사

박정희·이병철 만남서 시작된 '유착과 갈등의 56년'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6년 12월 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검찰에 소환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검찰에 소환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시끄럽다. 전경련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차은택이 주도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 대기업으로부터 774억 원을 걷었다. 논란 초기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본인의 아이디어였고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더니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으면서는 청와대 지시였다고 180도 다른 진술을 했다. 돈을 준 기업들은 사실상의 ‘강제 모금’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전경련 회관 전경.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전경련 회관 전경.


전경련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일을 주도적으로 했다. 대기업이 모인 단체로서 정부의 일을 돕는 것은 당연하다는 얘기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고질병인 정경유착의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정부에 부탁할 게 많다. 정부도 물가문제, 고용문제 등을 풀어가려면 전경련의 협력이 필요하다. 양쪽의 필요와 요구가 맞아떨어지면 정경유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 시민단체에서도 전경련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금융실명제법 위반, 조세 포탈, 업무상 배임 혐의로 전경련을 검찰에 고발했다. 전경련은 전경련 해체 주장이 터져 나오는 이유를 똑바로 알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시대가 바뀌었다는 것을 전경련은 잊지 말아야 한다. 전경련과 역대 권력 사이의 유착과 갈등 역사를 되짚어본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 모습.허창수 전경련 회장 모습.


1961년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부의장(당시 의장은 장도영 장군)이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당시 삼성물산 사장)를 만나 경제단체를 만들어 정부의 산업정책에 협력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이병철 사장은 ‘경제재건촉진회’를 만들었다. 이 단체는 같은 해 이름을 ‘한국경제인협회’로 바꿨고 1968년 다시 ‘전국경제인연합회’로 변경했다. 이병철 사장은 1961~1962년 전경련 초대 회장으로 기록되어 있다.

1977년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13대 전경련 회장에 취임했다. 그는 이후 1987년까지 전경련 회장을 지냈다. 전경련 회장 재임 중 그는 재계의 힘을 결집해 서울올림픽 유치에 큰 힘을 보탰다. 전두환 정권 초기에 전경련 회장 퇴임 압력을 받자 이에 맞서 “회원들이 뽑아준 회장인 만큼 마음대로 그만둘 수 없다”고 버틴 일화를 남기기도 했다.

1988년
당시 야당이던 평민당이 전경련 해체를 요구했다. 이는 당시 전경련 회장이었던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자유경제체제를 수호하는 정당에만 정치자금을 배분하겠다”는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 자금을 전경련이 주도적으로 나서 모금한 사실이 밝혀져 큰 파문이 일었다. 전두환 정권은 일해재단 운영 비용으로 당시 598억 원을 확보했다.

1993년
‘세계화’와 ‘국가경쟁력 강화’에 관한 어젠다를 내놓았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이를 토대로 국가경쟁력강화특위를 구성하는 등 국정이슈로 떠올랐다.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선 당시 비자금을 전경련이 앞장서 지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비자금 파문이 불거지자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주요 그룹 회장들은 전경련 회장단 회의 후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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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김대중 정부의 대규모 사업 구조조정(빅딜)에 전경련이 나섰다. 정부가 직접 민간기업에 빅딜을 하라고 강제하는 것이 곤란하자 전경련이 자율조정을 자처하고 나섰다.

1999년
김우중 당시 대우그룹 회장(1998~1999년 전경련 회장 역임)이 빅딜, 불필요한 수입을 대폭 줄이고 대기업 중심으로 수출을 크게 늘리면 단기간에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500억 달러 무역흑자론’ 등으로 경제 관료들과 마찰을 빚다 결국 그룹 해체와 함께 불명예 퇴진했다.

2002년
전경련 주도로 일부 대기업이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후보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조성해 제공했다.

1998~2007년
전경련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간 쌀·비료·경공업 원자재 등 4조 5,000억 원에 해당하는 현물을 북한에 지원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 ‘미소금융재단’ 설립에도 전경련이 대기업 출연을 주도했다.

2015년
전경련 산하단체인 자유경제원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하게 주장했고, 전경련은 미르재단 설립을 위한 기금 마련에 앞장섰다.

2016년
전경련은 K스포츠재단 설립을 위한 거액 모금에 주도적으로 나섰다. 보수단체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추선희 사무총장의 차명계좌로 5억 원 넘게 입금한 사실도 드러났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하제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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