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판매사원(딜러)들의 대이동이 벌어지고 있다. 벤츠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BMW나 아우디폭스바겐 딜러사에서 벤츠코리아 딜러사로 이직하는 현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BMW코리아의 과도한 할인정책과 판매량 압박 등이 이직의 주된 이유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BMW코리아나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딜러사 소속 판매사원들이 벤츠코리아 산하 딜러사로 많이 이직하고 있다. BMW 판매사원들은 BMW코리아가 지난 7월 견적실명제를 실시하면서 벤츠 딜러사로 이직이 이어졌다. 최근에는 판매중단으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소속 딜러들이 벤츠코리아 딜러사로 자리를 많이 옮기고 있다.
수입차 판매사원들이 벤츠코리아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과도한 할인판매 정책 때문이다. 보통 수입차 판매사원들의 급여는 월급과 판매수당으로 구성된다. 월급은 평균적으로 월 150만~200만원을 받는다. 판매수당은 보통 차 값의 1%에서 시작한다. 5,000만원대 차량 한 대를 팔면 50만원 정도를 받는다.
수입차 구입 때 고객이 받는 각종 할인은 판매사원의 판매수당에서 보통 지급된다. 딜러 3종 세트로 불리는 블랙박스나 선팅·하이패스도 판매사원이 자신의 수당을 이용해 고객에게 제공한다.
문제는 BMW코리아 등 일부 업체들이 차 값의 최대 10%까지 할인 판매하는 정책을 펴면서 판매사원들이 판매수당은 물론 사비까지 들여가며 판매량을 늘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차 판매량이 특정 대수 이상이면 판매수당 지급률이 차 값의 1.5%에서 최대 3% 전후까지 확대된다는 점에서 딜러들은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현금할인을 제공한다. 하지만 상시할인 체계로 이익이 거의 남지 않고 있다.
BMW코리아와 달리 할인에 인색한 벤츠코리아를 딜러들이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벤츠코리아는 판매사원 수당에서 현금 할인을 제공하기보다 무릎담요나 청소기 등 일정 가격 이하의 사은품을 제공해 딜러들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최근 BMW코리아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급감한 것 역시 이유다. 벤츠코리아는 판매량까지 올해 크게 늘고 있다. 영업력을 가진 판매사원들이 벤츠코리아로 자리를 다수 옮기면서 판매량 확대에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BMW를 타던 고객들에게 벤츠로 자리를 옮긴 후 벤츠를 권유해 자연스럽게 BMW에서 벤츠로 갈아타는 고객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벤츠코리아가 고급 대형세단 S클래스 등 고가차량 판매가 잘돼 판매수당이 많이 남는 것도 이직의 이유다.
업계에서는 BMW코리아 등 일부 수입차 브랜드들의 과도한 할인판매 정책을 바로잡지 않을 경우 당분간 딜러들의 이직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수입차 업체 딜러는 “이익이 많이 남는 차와 그렇지 않은 차종으로 구분해 수당이 달라지는데 BMW코리아처럼 상시할인 체제하에서는 딜러들이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며 “반복되는 할인에 익숙해진 고객들이 신차가 출시됐을 때 바로 구매하지 않고 이로 인해 딜러들이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