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면역학'에 꽂힌 세계 바이오벤처

MSD '키트루다' 등 성공에

글로벌 톱 15 바이오벤처 중

7곳 면역치료제 개발 주력

국내서도 연구개발 박차



올해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바이오벤처의 절반은 면역력을 강화해 병을 치료하는 ‘면역치료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역치료제가 세계 바이오제약업계에서 트렌드를 넘어 ‘대세’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미국의 세계적인 생명공학전문지 ‘피어스바이오테크’의 ‘2016 피어스 15’를 분석한 결과 세계 최고 바이오벤처 15곳 중 7곳은 면역치료제를 주력으로 개발하고 있었다. 지난해 선정된 ‘2015 피어스 15’에서도 절반 가까운 6곳이 면역치료제 개발업체였다. 피어스 15는 피어스바이오텍에서 매년 가장 유망한 바이오벤처 15곳을 뽑는 것으로 세계적 바이오 회사로 성장하기 위한 등용문으로 여겨진다.

면역치료제는 기존의 일반적인 ‘종양·바이러스를 직접 공격하는 방식’이 아닌 인간의 면역력 자체를 강화해 질병을 잡는 약이다. 우리 몸 전체에 통용되는 면역 원리를 활용한 것이라 하나의 면역 기반 기술로 다양한 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기존 치료제보다 부작용이 적기도 하다.


바이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 MSD가 ‘키트루다’, BMS가 ‘옵디보’ ‘여보이’ 등 면역기술 기반 항암제를 내놓았는데 이들 약은 출시되자마자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했다”며 “바이오벤처들도 이들의 성공에 자극받아 앞다퉈 면역치료제를 개발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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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피어스 15의 바이오벤처들은 키트루다·옵디보 등의 작용원리인 ‘면역관문 억제’를 넘어선 새로운 접근방법의 신약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역관문 억제제는 암세포에서 면역체계를 회피하는 단백질인 PD-1, PD-L1 등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종양을 치료하는 약이다.

일례로 바이오벤처인 아커스바이오사이언스는 세포 내 에너지 공급원인 ‘ATP’와 관련된 화학합성물과 면역항암제를 결합하는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른바 바이오와 케미컬 기술의 융합이다. 포티세븐의 경우 면역체계를 방해해 종양을 보호하는 단백질 CD47을 타깃으로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베단타바이오사이언스는 ‘장내 미생물’을 활용해 면역력을 강화하는 기술로 장 질환은 물론 자가면역질환·암까지 공략하고 있다. 애디셋바이오·아트레카·이디야바이오사이언스 등도 독창적인 면역치료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화이자·노바티스·로슈·존슨앤존슨·구글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고 있기도 하다.

국내에서도 녹십자셀이 면역항암제 ‘이뮨셀-LC’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유한양행·대웅제약과 여러 바이오벤처가 면역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다만 대부분은 초기 연구단계에 머물고 있다. 이승주 오름테라퓨틱스 대표(전 사노피 R&D 연구소장)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물밑에서 면역항암제 등을 연구개발(R&D)하는 벤처들이 많아 수년 안에 가시적인 성과물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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