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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뷰] ‘인생술집’ 기분좋은 목넘김...취중진담으로 명맥 끊긴 정통 토크쇼 계보 잇는다

언제부터인가 TV에서 제대로 된 ‘토크쇼’를 찾아보기 힘든 시대가 됐다.

아직 MBC ‘라디오스타’나 KBS ‘해피투게더’가 ‘토크쇼’라는 이름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렇게 여러 명의 게스트가 우르르 나와서 중구난방으로 떠드는 ‘예능’보다는 한 명의 게스트를 초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역시 정통 ‘토크쇼’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정통 토크쇼의 원조로 불리는 ‘쟈니윤쇼’를 비롯해 ‘서세원쇼’, ‘주병진쇼’, ‘이홍렬쇼’, ‘이승연의 세이세이세이’, ‘김혜수의 플러스유’, ‘박중훈쇼’, ‘김승우의 승승장구’, ‘힐링캠프’ 등 다양한 토크쇼들이 방송된 바 있다. 하지만 토크쇼의 전성기로 불리던 1990년대를 지나, 2000년대 후반 이후 선보인 토크쇼들은 SBS ‘힐링캠프’ 정도를 제외하면 대중의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사라졌다. 지금은 tvN ‘현장 토크쇼 택시’ 정도가 그나마 토크쇼의 명맥을 유지하는 프로그램에 가깝다.

tvN ‘인생술집’ 게스트 조진웅 / 사진 = tvN ‘인생술집’ 방송화면 캡처tvN ‘인생술집’ 게스트 조진웅 / 사진 = tvN ‘인생술집’ 방송화면 캡처




2000년대 이후 토크쇼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가장 큰 이유는 매체의 다양화로 인해 스타들의 노출빈도가 늘어나며 스타의 진솔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토크쇼가 각광받지 못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2000년대 이후 예능의 트렌드가 ‘천생연분’이나 ‘엑스맨을 찾아라’와 같이 스타들이 대거 등장하는 버라이어티쇼에서 리얼 버라이어티, 서바이벌 오디션 등으로 넘어가면서 토크쇼 자체가 구시대적인 예능으로 전락한 것도 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이렇게 토크쇼가 점차 방송가에서 사장되어가는 분위기에서 tvN이 새로운 토크쇼를 선보였다. 8일 첫 방송된 ‘인생술집’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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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술집’은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 신동엽, 탁재훈, 김준현 등 세 명의 MC가 게스트를 술집으로 초대해 진짜로 술을 마시면서 진솔한 토크를 나누는 포맷을 내세우고 있다. 실제 방송에서 음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곤란한 공중파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이런 규제에서 공중파보다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케이블TV 이기에 가능한 포맷이다.

‘인생술집’의 첫 번째 게스트는 ‘시그널’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tvN 10주년 어워드’에서 쟁쟁한 배우들을 물리치고 연기부문 대상을 수상한 조진웅이었다. 등장부터 눈앞에 놓인 황금빛의 탐스러운 맥주잔에 입맛을 다시던 조진웅은 ‘첫 잔은 원샷’이라는 신념으로 기분좋은 목넘김으로 맥주를 들이켰고, 방송이 진행될수록 얼굴에 조금씩 취기가 감도는 모습을 보이며 ‘인생술집’의 포맷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줬다.

‘인생술집’이 토크쇼로서 가지는 장점은 바로 ‘취중진담’이라는 말이 있듯이 맨정신에서는 나오기 힘든 진솔한 토크다. ‘라디오스타’나 ‘해피투게더’처럼 예능적인 요소를 가미한 ‘쎈 토크’가 대세인 시대에 ‘인생술집’은 그런 ‘쎈 토크’를 배제하고 편한 친구들과 술 한 잔 하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지향한다.

‘인생술집’은 그래서 tvN이 내세우는 어딘지 담백하고 심심한 기존 예능들의 경계에 놓여 있다. 강렬한 자극으로 한 번에 시청자들의 시선을 확 끌어모으는 것은 아니지만, 맛있는 안주와 술 한 잔을 즐기며 속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는 시간. 게스트에게 재미난 에피소드를 강요하지 않고 편안하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시간.

‘인생술집’은 과거의 정통 토크쇼와는 다소 방향성은 다를지 몰라도, 게스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준다는 점에서 지금은 명맥이 끊긴 정통 토크쇼의 계보를 이어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원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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