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朴대통령 탄핵안 가결] "국정 공백 피해 최소화"...재계, 2~3개 비상계획 짜기도

■내년 경영전략 원점 재검토

사장단 인사·조직개편 연기

한화 등 상시 모니터링 가동

경제단체와 대기업들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부결됐을 때의 후폭풍을 감안한 듯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며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대한상공회의소는 9일 탄핵안 가결 뒤 “정부가 불확실성을 걷어주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피력했고 무역협회는 “탄핵에 대한 법률적 판단은 헌법이 정한 절차에 맡기고 국정공백 피해의 최소화와 경제 회복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는 하지만 앞으로 국정 공백, 정쟁 격화 등 정치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내년도 경영전략을 재검토하는 등 우려하는 목소리도 함께 냈다. 2~3개의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짜는 곳도 있다.

◇컨틴전시 플랜 마련=삼성그룹은 탄핵 가결, 국정조사, 특검 등에 따른 정쟁 격화와 불확실성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비상상황에 돌입했다. 삼성 관계자는 “사장단과 임원 인사도 이달 안에 할지, 해를 넘길지 정해지지 않았을 정도로 경영계획 수립이 유동적”이라며 “특검이 남아 있고 그룹 수뇌부들이 추가조사를 받아야 해서 인사 시점을 언급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삼성그룹은 인사와 맞물려 조직개편, 미전실 해체, 지주회사 로드맵 마련 등 그룹 방향성을 결정하는 굵직한 현안들이 놓여 있는데 현재로서는 이렇다 할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말 사장단 회의에서 수립한 내년도 경영계획 보고내용을 서랍에서 다시 꺼내보고 있다. 국정조사와 특검, 중국 정부의 세무조사, 면세점 추가선정 등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형 변수들이 얽혀 있는데다 대통령 탄핵까지 겹치면서 ‘경영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롯데 관계자는 “경영계획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미래전략센터도 내년도 환율, 외환전망과 관련한 변수가 많아 예측이 어렵다는 내용을 사장단 회의에서 설명했다”고 전했다.


화학 업계의 한 대기업은 최근 2017년도 경영계획을 완성했다. 하지만 탄핵에 따른 조기대선 정국,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등으로 국내외 불확실성이 증폭될 것으로 보고 내년 1·4분기에 경영전략을 수정하거나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기업의 사업부 가운데 일부는 상황별 옵션(대안)을 마련해둔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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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계획 원점 검토·인사 연기=SK그룹은 내년도 경영계획을 최태원 회장에게 조만간 보고할 예정이었다. 막바지 조율작업도 마친 상태다. 하지만 탄핵이 중대변수로 떠오르면서 경영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SK의 한 고위관계자는 “두 달 전만 해도 대통령 탄핵까지 예상했던 사람이 얼마나 있었나”라며 “탄핵 변수로 경영계획을 대폭 수정하는 작업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SK는 다음주 후반께 인사를 진행할 예정인데 당초 대폭 쇄신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탄핵 등 경영환경 불확실성을 감안해 안정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모습이다.

한화그룹은 지난 10월 초 주요 그룹 중 가장 먼저 사장단 인사를 끝냈고 내년도 경영계획도 수립하는 등 비교적 발 빠르게 대응했다. 하지만 탄핵으로 경영환경이 불투명해질 것으로 판단해 경영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그룹 고위관계자는 “국내 정세와 무관하게 계획대로 내년도 투자와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라면서도 “정책적 불확실성, 내수경기 위축, 변동성 확대 등에 대비해 상시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마련하고 사업별 영향 정도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경영전략회의를 연기했고 매년 실시했던 주재원 초청회의도 취소했다.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불확실성이 상존하게 된다. 연임하더라도 탄핵결과 내년 조기대선이 기정사실로 굳어질 경우 차기 정권에서 외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이구택·정준양 전 회장들도 차기 정권이 들어서면서 퇴진한 바 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회장은 “탄핵에 따른 정쟁 격화, 국정 공백, 미국 보호주의 등으로 대기업들의 경영전략 수립이 어려워지고 투자와 고용에 대한 의사결정도 더뎌질 수밖에 없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신용도와 경쟁력이 같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서정명·서일범·한재영·이종혁기자 vicsjm@sedaily.com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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