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항상 성공적일 수는 없다. 리더 역시 사람이기 때문에 실패도 하고 잘못도 저지를 수 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한편 개선의 노력을 기울이면 모든 구성원이 마음으로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리더가 반성을 하지 않는다면 문제의 양상이 달라진다. ‘반성 없는 리더’는 반드시 조직을 황폐하게 만들게 돼 있다.
대한민국 리더십이 무너지고 있다. 대통령은 국민을 외면하고 용서할 수 없는 배신행위로 국민을 분노와 분열로 내몰았다. 국민을 대변하지 못하는 일부 정치세력은 ‘범죄와의 전쟁’을 ‘보수와 진보의 전쟁’으로 둔갑시키며 정쟁과 분열로 악취를 풍기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재벌그룹들은 권력과의 거래 의혹을 받으면서 직원들의 사기를 꺾었다. 일부 대학과 교수는 상아탑의 순수함을 포기하고 권력과 결탁해 비리에 앞장서는 파렴치한 위선을 선택했다.
우리 사회는 누구를 믿고 의지해야 할까? 진정으로 모든 국민을 무정부주의자로 만들 셈인가? 언제까지 생존을 담보로 월급쟁이를 위협할 것인가? 학생 앞에선 군림하고 권력 앞에선 비굴한 대학을 존경할 수 있을까? 우리의 선택이 잘못된 걸까? 아니면 그들이 변질된 걸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반성이 필요한 그들의 얼굴에서 반성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그 증거다. 오히려 억울하다고 떠드는 그들의 추한 모습을 보면서 한때나마 그들을 믿고 따르고자 했던 우리의 못난 순박함을 탓하고 싶다.
이제 돌아보니 국가 리더십은 국민에 대한 존경심이 없고 재벌은 직원에 대한 고마움이 없으며 대학은 학생에 대한 책임감을 포기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국가 리더십은 국민이 힘이고 재벌에게는 직원이 밑천이며 대학은 학생이 자랑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반성이 없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반성하지 않는 걸까? 두려움 때문이다. 내심 국가 리더십은 국민이 두렵고 재벌은 직원이 두려우며 대학은 학생이 두렵다. 두려움은 자신감이 없을 때 더 커진다. 어쩌면 자신감이라기보다는 자격이란 말이 더 어울릴 수 있다. 준비 안된 국가 리더십과 상속자본주의 재벌, 그리고 초심을 잃은 대학이 그렇다. 그러나 우리도 반성할 것이 있다. 우리가 그런 사람들과 그들이 지배하는 조직을 선택했고 그들의 횡포에 침묵했다. 그래서 이러한 대가를 치르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 먼저 반성하고 이러한 반성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다시는 반성 없는 리더를 우리의 상전(上典)으로 받드는 일은 끝내야 한다. 반성 없는 리더는 현실을 그르치기도 하지만 치명적인 후유증도 반드시 남긴다. 반성 없는 리더가 고집을 피우며 버틸수록 집단 공황상태는 더욱 심해질 것이고, 어떠한 결판이 난다 할지라도 후유증으로 인한 또 다른 피해를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반성 없는 리더를 용서하면 안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출현을 예측할 수 없을까? 그들의 특성을 알면 사전에 좀 더 조심하고 신중한 태도로 그런 인물들의 등장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반성 없는 리더의 몇 가지 특성에 대해 생각해봤다.
첫째, 실패에 대한 공포감을 견디지 못한다. 실력은 없는데 부모를 잘 만난 덕분에 무임승차로 권력을 승계한 후계자, 옳고 그름의 판단력도 없으면서 오로지 출세만을 갈망하다가 자신의 영혼을 비겁한 권력에 팔아버린 오만한 엘리트, 이들에게 실패란 곧 죽음이다. 단 한 번도 실패를 경험하지 못했거나 실패의 고통을 다시는 겪지 않겠다는 강렬한 욕망의 소유자일수록 자신의 실패를 스스로 인정할 용기를 갖지 못한다. 남들의 비난이 아무리 거세다 할지라도 자신이 확보한 권력을 기꺼이 내놓거나 물러설 생각이 없다. 그 어떤 불행한 대가가 뒤따른다 할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반성해야 할 순간에도 위험한 무리수를 두게 되고 주변인들을 고통의 수렁에 빠뜨린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반성 없는 리더의 첫 번째 특성은 바로 ‘실패 회피 강박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다.
둘째, 습관적으로 남 탓을 한다.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실패의 원인을 항상 외부에서 찾기 때문이다. 자신은 늘 옳다는 지나친 방어본능이 불러온 가련한 착각증세가 심한 사람이 있다. 자신의 잘못이 명백한 상황에서도 이를 회피하고 남 탓을 하는 데 집중하는 타입이다. 이들에겐 반성할 이유도 없고 그럴 마음도 없다. 그래서 그들 곁에는 늘 희생이 따른다. 반성 없는 리더 밑에 있는 사람들은 누군가는 희생양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서로가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만드는 처참한 인격적 범죄자가 되기도 한다. 생존의 본능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반성 없는 리더를 추종했던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잔혹사는 그렇게 반복된다. 따라서 반성 없는 리더의 두 번째 특성은 ‘남 탓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다.
셋째, 지나치게 자신을 과신한다. 반성하지 않는 사람은 대부분 자기에 대한 사랑이 그득하다. 일종의 ‘자기애(自己愛)성 인격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를 겪고 있을 공산이 크다. 이들은 자신을 위해 다른 사람이 복종하고 희생하는 것을 당연시한다. 아울러 자신은 매우 특별한 존재임을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다. 그래서 누가 자신을 비난하거나 잘못되었다고 지적해도 절대로 반성하지 않는다. 허세 부리듯 잠시 사과는 할지언정 결코 반성도 없고 자기 자랑을 참지 못한다. 주변에 힘있는 자들의 이름을 나열하고 그들과의 친분을 남발하며 자신을 과시하기도 한다. 반성할 줄 모르니 죄책감도 없다. 특히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각은 제로에 가깝다. 그래서 이런 사람 주변에는 피해자가 양산되고, 피해자의 분노를 키우는 것도 매우 흔한 일이 된다. 따라서 반성 없는 리더의 또 다른 특성은 ‘오만한 자기과신’에 젖어 있는 사람이다.
넷째, 나쁜 기운을 전염시킨다. 사람의 가장 강력한 능력 가운데 하나는 바로 학습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좋은 기운이 곧 학습된다. 학습을 통해 좋은 사람의 좋은 점을 관찰하고 모방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나쁜 사람을 만나면 나쁜 기운이 곧 학습되고 나쁜 점만 관찰하며 이를 금방 모방하게 된다. 그만큼 인생에서 누구를 만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반성 없는 리더를 만나면 곧장 나빠진다. 나쁜 기운은 좋은 기운보다 더 빨리 전염된다. 그래서 반성 없는 리더 곁에는 똑같이 반성 없는 사람들이 포진해 있다. 그들은 그들만의 언어와 정서를 공유하며 양심적인 사람들을 잔인하게 공격한다. 그들은 점점 더 나빠지고 반성할 여지는 더욱 없어진다. 그래서 그들은 먼 훗날 모든 것을 잃고 나면 서로를 원망하겠지만 정작 자신의 잘못은 끝까지 반성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반성 없는 리더의 마지막 특성은 ‘나쁜 기운에 중독된 사람’이다.
지금까지 반성 없는 리더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봤다. 반성 없는 리더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물론 아니지만 분명한 사실은 우리 사회에 반성 없는 리더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그런데 더 슬픈 것은 반성 없는 리더의 출현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반성 없는 리더를 더 이상 만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현재의 반성 없는 리더를 용서하면 안 된다. 반성 없는 리더를 용서하면 우리에게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신제구 교수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겸 국민대학교 리더십과 코칭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국내 주요 기업 등에서 리더십, 팀워크, 조직관리 등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대한리더십학회 상임이사, 한국리더십학회 이사 등을 맡고 있으며, 크레듀 HR연구소장, KB국민은행 연수원 HRD컨설팅 팀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