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서문시장 화재 10일만에 다시 가보니] "대체상가 급한데 진척 더뎌...생계 막막"

피해상인들 대다수 도매업 종사

거래처 지키려 창고서 임시영업

베네시움 대체상가로 유력하지만

개보수 시간 소요·협상 쉽잖아

잿더미로 변한 대구 서문시장을 관계 공무원들이 둘러보고 있다. 검게 그을린 4지구 간판이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다.잿더미로 변한 대구 서문시장을 관계 공무원들이 둘러보고 있다. 검게 그을린 4지구 간판이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다.


“설 대목 장사를 위해 있는 돈, 없는 돈 끌어 모아 물건을 쌓아놓았습니다. 대체상가는 하루가 급한데 진척은 더디고…. 앞으로 살아갈 길이 정말 막막합니다.”

대구 서문시장 4지구 비상대책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박부자(63·여)씨는 “가게가 3층이라 붕괴 위험 때문에 아직 들어가 보지도 못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요즈음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혀 잠도 못 잔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30일 화재 발생 이후 10일 만에 다시 찾은 대구 중구 서문시장. 겉으로 보기엔 어느 정도 정상을 되찾은 듯했다. 4지구를 제외한 상가들이 영업을 재개하면서 인파로 붐비는 여느 전통시장과 다름없어 보였다. 그러나 상가 사이길을 따라 4지구로 들어서니 참담한 화재현장에 눈앞에 펼쳐졌다.


전쟁터인지 시장인지 도무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폐허로 변한 화재 현장은 화재발생 10일이 지났지만 그대로 남아있었다. 4지구 상인들은 내년 1월 설 대목까지 기대하고 상가와 창고에 물건을 꽉꽉 채워놓았는데 한순간에 모두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이불단 깊숙이 넣어둔 물건값과 귀중품은 물론 미수금이 적힌 거래장부까지 모두 불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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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상인들은 하나 같이 ‘대체상가’ 문제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화재로 피해를 입은 한 상인은 “서문시장 중심에 위치한 주차빌딩이 대체상가로 최적이지만 이곳은 시장의 공동 주차공간이어서 전체 상인의 동의를 얻기 힘들고, 차선책으로 옛 계성고를 고려했지만 건물 안전문제 등으로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라며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서문시장과 직선거리로 270m 떨어진 베네시움 쇼핑몰이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4지구 비대위는 비공개 투표를 통해 베네시움을 대체상가로 하자는 안에 상당부분 의견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베네시움은 오랜기간 사용하지 않는 건물이어서 전기·인테리어 등 개보수에 시간이 걸리고 개별소유주가 1,200여명에 달해 협상도 쉽지 않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하루가 급한 상인들은 스스로 임시 상가를 찾아 ‘각자도생’에 나서고 있다. 4지구 주위 안전펜스에는 ‘○○사 가게이전해 영업합니다, 가게 앞 창고’ ‘○○사 임시매장, ○○빌딩 706호’ 등의 안내문이 곳곳에 나붙어 있었다. 4지구 상당수 상인들이 도매업을 하다보니 거래처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주변 빈점포나 창고 등을 임시로 빌려 영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만큼 대체상가가 절박하고 시급하다는 것이다. 대구시 중구청 관계자는 “베네시움도 수리할 부분이 많고 상인들이 칸막이 설치를 요구하고 있어 당장 입주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5년 서문시장 2지구 화재 때도 입지 선정과 리모델링을 거쳐 대체상가가 개점하기까지 3개월이나 걸렸다. 화재발생 10일을 넘기면서 생계 걱정과 더디게 진행되는 대체상가 협상에 피해 상인들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대구=손성락기자 ssr@sedaily.com

손성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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