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이현비, 재미의 시대] 즐거워야 재미있다

이현비 성균관대 학부대학 초빙교수

이현비(이창후) 성균관대 학부대학 초빙교수이현비(이창후) 성균관대 학부대학 초빙교수




옛날에 어떤 부부가 있었다. 그런데 그의 남편은 굉장한 바람둥이였다. 그래서 부인이 이를 괘씸히 여겨 남편을 북극에 가둬 버렸다. 그리고는 며칠 지나서 불쌍한 마음이 들어 가 보았더니, … 남편은 북극곰에게 마늘과 쑥을 먹이고 있었다.


이런 유머의 본질은 재미이다. 재미는 흥미로 시작해서 몰입으로 증폭되지만 그 끝은 쾌감이다. 재미는 즐거움, 즉 쾌감을 줘야 것이다. 이것이 재미의 목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쾌감을 만들어내는가?

첫째는 목적 달성이다. 하려고 했던 일이 잘 되었을 때 사람들은 쾌감을 느낀다. 1자 벽돌블록을 기다리고 있는데 마침내 그것이 떨어져서 <테트리스>의 4줄을 한꺼번에 제거했을 때, 축구 경기에서 이겼을 때, 그리고 행복하기를 바라던 영화의 주인공이 행복을 찾았을 때 우리는 쾌감을 느낀다. 목적 달성이 쾌감을 주는 것이다.


둘째는 즐거운 감각이다. 감각적으로 멋있고 아름다운 것도 쾌감을 준다. <겨울왕국>에서 아름다운 엘사가 노래를 부를 때, 영화 <트랜스포머>에서 로봇이 멋지게 변신을 할 때 우리는 쾌감을 얻는다. 이 쾌감 때문에 모든 영화에서는 악당조차도 대부분 멋있는 남자 배우나 아름다운 여자 배우가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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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는 흥미의 실현이다. 평소 흥미를 느끼던 것을 마침내 하게 되면 쾌감을 느낀다. 영화 <배트맨,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주인공이 수퍼카 람보르기니를 타는 이유, 게임 <이카루스>에서도 몬스터를 길들여 타고 하늘을 나는 이유도 모두 이런 쾌감을 위해서이다.

넷째는 자각적 긴장이다. 말이 좀 낯선데, 이것은 금지된 경험을 가상적으로 실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도덕적인 이유로 금지되는 경험을 할 때 얻는 쾌감이다. <배트맨,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여주인공은 도둑질을 하며, <본 아이덴티티>에서 주인공도 중요한 장면에서마다 사람들을 두들겨 패고 죽인다. 1천만 관객을 끌어 모은 한국 영화 <도둑들>에서도 주인공들이 모두 도둑질을 한다. 그런데도 재미있다. 이렇게 사람들은 도둑질을 하고 다른 사람을 두들겨 패고 죽이는 이야기에서 쾌감을 얻는다. 왜? 현실과 가상 체험 사이에 있는 모종의 긴장 관계가 그 쾌감의 원인이다.

다섯째는 카타르시스다. 이것은 새로운 대리 체험 전체에서 얻어지는 만족감을 말한다. 앞의 네 가지 쾌감 요소가 단편적인 것들이라면 카타르시스는 복합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롤러코스터를 탈 때는 두려움과 공포의 연속이지만 롤러코스터가 한 바퀴 완주를 끝냈을 때 얻어지는 느낌은 ‘카타르시스’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게임에서도 어려운 퀘스트를 여러 번 실패하다가 마침내 성공적으로 완수했을 때 얻어지는 성취감이 카타르시스다.

재미를 위한 쾌감의 요소를 알 때 무엇을 얻는가? 첫째, 우리는 영화나 게임을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서 네 가지 단편적인 쾌감 요소들을 가급적 많이 넣어야 하고, 둘째, 이것을 엮어서 최종적으로 카타르시스를 유발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진부할 정도로 드라마에서 항상 재벌들이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사람들이 TV에서 빈곤한 삶 대신에 부유한 삶을 보면서 쾌감을 얻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극곰에게 쑥과 마늘을 먹이는 유머에서는 어떤 쾌감이 얻어지는가? 바람둥이라는 자각적 긴장과 유머 자체에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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