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발언대]끊임없는 안전훈련이 승객 안전을 보장한다

안효경 아시아나항공 캐빈서비스훈련팀장





“머리를 숙이시오 Head down! 발목을 잡으시오 Grab your ankles!”


쩌렁쩌렁한 캐빈승무원들의 목소리가 복도를 타고 사무실까지 들려온다. 비상탈출훈련이 시작된 것이다. 실제 상황에서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게 하기 위해 승무원들은 90초 이내에 모든 승객을 탈출시키는 훈련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남아 있는 분 계십니까? Anybody inside?” 승객을 탈출시키고 나면 승무원 본인도 빨리 항공기를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있을 법도 한데 혹시나 미처 탈출하지 못한 잔류승객이 있는지 기내를 수색한다. 잔류자가 없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캐빈승무원들도 항공기를 이탈한다. 이곳 아시아나항공 교육훈련동에서 일상처럼 이뤄지는 훈련이 오늘 다시금 새롭게 느껴진다. 필자 또한 20년이 넘게 캐빈승무원으로서, 캐빈매니저로서 근무했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의 인식과는 달리 항공기는 지상에 존재하는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이다. 또 항공 사고의 90% 이상은 생존이 가능한 사고로 분류된다. 다시 말해 적절한 대응과 신속한 항공기 이탈이 이뤄진다면 충분히 생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캐빈안전훈련은 이 90%의 생존 가능한 사고에 주목한다. 앳된 얼굴의 신입훈련생으로 입사해 기쁨을 느낄 새도 없이 엄격한 안전훈련을 거쳐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만에 하나 발생할지 모를 비상탈출 상황에 신속히 대응해 승객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그들이 거쳐야 할 과정이 만만치 않다. 엄정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아시아나항공의 초기 안전훈련 과정이 그 첫 단계이자 가장 중요한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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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승무원 공채를 통해 입사한 승무원 훈련생들은 194시간의 결코 짧지 않은 안전초기훈련 기간 동안 비상절차, 감압, 비상착수, 비상탈출, 화재진압, 승무원의 임무와 책임 등 23과목을 단 한 과목의 불합격도 없이 통과해야 비로소 항공기 탑승근무 자격을 얻는다. 또한 승무원으로 탑승근무를 하며 재직하는 기간 동안은 매년 사전 컴퓨터 자가학습(e-learning)을 통해 이론 교육 및 심사를 받고, 안전정기훈련을 통해 숙련도를 입증해야만 승무자격이 유지된다.

언제 발생할지 모를 비상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준비된 승무원을 만들어내는 교관을 선발하는 과정 역시 중요하다. 풍부한 현장경험을 두루 갖춘 현직 캐빈승무원을 고르고 골라 선발해 94시간의 초기교관훈련을 거쳐 안전교관으로 임명한다.

각고의 노력이 준 결실이었을까. 필자가 속한 아시아나항공의 캐빈서비스훈련팀은 지난 3월 국내 항공사 최초로 캐빈승무원 훈련과정에 대한 항공훈련기관 인가를 받기도 했다. 캐빈승무원 안전훈련 시설과 전문교관인력·훈련프로그램의 적합성과 우수성을 국가로부터 인증받은 셈이다.

오늘도 교육훈련동에는 승무원들의 단호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 목소리들이 하늘 위에서 승객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소리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안효경 아시아나항공 캐빈서비스훈련팀장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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