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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 투자풀 운용사에 한투운용...수수료 덤핑 논란

운용사 '수수료 출혈경쟁' 예고

4년 전 입찰 수준의 절반인

3.72bp 최저 수수료 제시

MMF 보수 보다도 낮아

"사실상 수익성 포기"지적

다른 기금 주간 운용사도

보수율 인하 불가피할 듯



5조원 규모의 연기금 운용 주간운용사로 재선정된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수수료 덤핑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한투운용은 4년 전 입찰 수준의 절반에 불과한 최저 수수료를 제시해 운용사 간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 특히 내년 하반기 17조원 규모의 주간운용사 선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투운용이 지난 12일 연기금 투자풀 운용사 선정에서 기획재정부에 적어낸 수수료는 지난 입찰(6.3bp)의 절반 수준인 3.72bp(1bp=0.01%포인트)였다. 이는 공동 운용주간사인 삼성자산운용 보수(5.8bp)보다도 낮으며 머니마켓펀드(MMF) 보수인 4bp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연기금 운용 자산운용사는 4년마다 교체되며 기존 운용사 중 하나인 한투운용이 내년 4월 만기가 됨에 따라 이번에 선정작업이 이뤄졌다.

이번 자산운용사 선정에는 재무안정성·운용자산·인적자원·운용성 등 정량평가에서는 신규로 신청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연기금 관리능력, 운용보수율의 적정성 등이 포함된 정성평가와 별도의 가격평가(운용보수율)에서 순위가 뒤집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투운용 외에 후보로 신청한 미래에셋자산운용·KB자산운용·신한BNPP자산운용 모두 시스템·운영조직 등을 갖추고 있는 만큼 한투운용이 제시한 가장 낮은 수수료가 당락을 가른 것으로 보인다. 한투운용 외에 3개사는 운용보수율을 3bp 후반에서 높게는 4.5bp까지 제시했다.


한투운용이 제시한 운용보수율은 기재부가 조달청에 추정가격으로 제시한 6.2bp의 60% 수준으로 수수료 덤핑의 마지노선이다. 3.72bp보다 낮은 수수료일 경우 수수료 덤핑으로 간주돼 감점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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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운용이 최저 수수료로 연기금 자산운용사에 선정되며 운용사 간 수수료 출혈경쟁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투운용이 운용을 시작할 내년 5월부터 최저 수수료로 마케팅에 돌입할 경우 기존 연기금·공제회 등 기금을 운용하고 있는 운용사들은 자금을 뺏기지 않으려면 운용보수율을 낮춰야 한다. 여기다 내년 말 주간운용사 계약 만기가 돌아오는 삼성자산운용도 재계약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수수료를 낮추는 출혈경쟁을 피할 수 없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위탁운용사 선정, 교육 등 주간운용사의 역할이 큰데도 불구하고 MMF보다 낮은 수준의 수수료를 제시했다는 것은 사업을 따내기 위해 사실상 수익을 포기했다는 것”이라며 “이 치킨게임은 연기금 투자풀을 시작으로 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 등 순차적으로 영향을 미쳐 결국 운용사들 간 수익성 악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투운용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는 전략적인 판단이었다”며 “연기금의 운용목표 자체를 고려할 때 단순히 회사의 수익성 보다는 국가사업의 기여도 측면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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