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금융사, 전자금융약관서 '회원이 모든 책임 부담' 문구 못 쓴다

금감원, 소비자에 불리한 항목 시정 조치

직장인 김모씨는 여행 중 선불카드를 잠깐 분실한 뒤 다시 찾았다. 김씨는 며칠 뒤 해당 카드가 복제돼 물품 구매에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 김씨가 이와 관련 해당 업체에 배상을 요구하자 업체는 “접근 매체의 도난·분실 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않을 경우, 소비자가 모든 책임을 부담한다”는 약관 조항을 이유로 배상을 거부했다.

앞으로 김씨와 같은 소비자들은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14일 은행·증권·보험·카드·전자금융업 등 5개 업권 176개 회사의 전자금융거래 관련 480개 약관을 점검해 금융소비자에 대한 배상범위를 제한하는 156개사 170개 약관의 불합리한 항목을 시정·조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금융 소비자들의 부당한 책임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개선한 약관 지침을 살펴보면 우선 소비자의 책임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소비자에게 손해를 부담하도록 한 포괄적 표현을 쓸 수 없도록 했다. 예를 들어 금융사는 ‘회원이 본인 인증수단의 관리 소홀이나 누설에 따른 모든 책임을 부담합니다’와 같은 포괄적 표현을 앞으로 전자금융 약관에 담을 수 없다. 또 카드 등의 도난·분실과 관련 소비자가 신고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회사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약관 조항도 개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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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금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금융사의 본점·영업점 소재지 지방법원만을 합의관할 법원으로 정하는 약관도 개선한다. 앞으로는 금융소비자의 주소지 관할 법원에서도 합의를 할 수 있도록 약관을 변경한다.

이와 함께 공인인증서 등 접근 매체의 발급·관리 주체가 아닐 경우 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도 삭제했다. 또 회사가 책임을 지는 전자금융사고에는 해킹을 추가했다. 기존에는 위·변조, 전송처리 과정 등에서의 사고만 포함돼 있었다.

금감원은 이와 함께 전자금융업권의 표준약관도 제정했다. 이는 핀테크 활성화로 전자금융업 등록이 늘었으나 약관 제·개정 시 참고할만한 기준이 없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표준약관에는 전자금융사고 발생 시 전자금융업자가 배상해야 할 책임 범위를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명확하게 적시했다.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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