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4분기 국내 기업의 매출액이 13년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경기 부진 탓에 매출이 감소하자 기업들은 투자는 줄이고 부채비율을 낮추는 식의 ‘축소 경영’도 본격화되고 있다.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난 3·4분기 국내 기업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8% 감소했다. 감소 폭은 지난 2003년 3·4분기(-6.3%) 이후 가장 낮다. 또 2014년 2·4분기 이후 10분기 연속 감소행진을 이어갔다.
제조 대기업의 매출액 감소가 가장 컸다. 제조업은 6.1%, 대기업은 5.2%가 줄었다. 업종별로는 기계·전기·전자 업종과 운송장비 업종의 매출액 감소가 두드러졌다. 갤럭시노트7 단종 영향을 받은 기계·전기·전자 업종은 매출액이 7.4% 줄었다. 자동차업종 파업 탓에 공장 가동이 장기간 중단된 영향으로 운송장비업도 매출액이 10.2% 감소했다. 또 석유화학 업종 -6.4%, 철강 등 금속제품 업종 -1.4%를 기록했다. 한진 사태와 건설업 해외 플랜트 부진으로 비제조업의 매출도 2.9% 줄었다. 해운업이 포함된 운수업은 5.4% 감소했고 주택경기 호황으로 지난해 3·4분기 3.9% 증가했던 건설업은 올해 3·4분기에는 5.48% 뒷걸음질했다.
성장세를 유지하던 중소기업마저 매출액의 감소 폭이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2015년 2·4분기 2.0% △2015년 3·4분기 6.5% △2015년 전체 4.2% △2016년 1·4분기 2.1%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하지만 2·4분기 들어 -0.2%로 꺾인 뒤 올해 3·4분기 들어서는 -3.2%로 매출액이 급감했다.
매출이 줄자 기업의 허리띠 졸라매기 양상도 더욱 심화하고 있다. 3·4분기 국내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5.7%로 지난해와 같다. 기업이 지난해는 1,000원어치를 팔아 57원을 남겼다면 올해는 952원어치를 팔아 54원을 남긴 셈이다.
매출액이 크게 뒷걸음질했음에도 기업의 이익률이 제자리걸음한 것은 기업이 투자에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 설비 투자는 △1·4분기 -4.5% △2·4분기 -2.7% △3·4분기 -4.2%로 매 분기 마이너스다.
설비투자 감소와 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기업의 안정성 지표는 나아졌다. 국내 기업의 부채비율은 9월 말 현재 91.8%로 6월 말(94.6%)보다 2.8%포인트 낮아졌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운송장비 업종의 부채비율은 전년 동기(141.9%), 전 분기(111.3%)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한 103.1%를 나타냈다. 국내 기업의 차입금 의존도도 전 분기(25.4%)보다 떨어진 24.8%를 기록했다.
한편 이번 보고서는 국내 외부감사 대상 법인 3,062곳을 표본으로 작성됐다. 응답 기업은 전체 기업 중 84%다. 한은은 2014년까지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을 대상으로만 조사하다 지난해부터 외부감사 대상 법인으로 조사 대상 범위를 넓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