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 온천 여관에서 마라톤 정상회담을 하며 세계 제2차대전 이후 70년간 체결하지 못했던 평화조약 체결을 위한 막판 조율을 벌였다. 다음 날 일본 도쿄로 자리를 옮겨 회담을 진행할 두 정상이 러일 관계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단추를 끼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본 NHK방송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정치적 고향인 야마구치현 나가토시의 온천 여관을 방문해 오후6시부터 정상회담을 시작했다. 푸틴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한 것은 6년 만에 처음이다.
양국 정상은 회의 막바지에는 통역만을 대동한 일대일 협상을 진행했으며 9시30분부터 늦은 만찬을 함께 하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따뜻하고 좋은 분위기에서 정상회담을 할 수 있었다”며 “러일 양국의 특별한 제도 아래에서의 공동 경제활동과 평화조약 문제에 대해 솔직하고 매우 깊은 논의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에서 양국은 쿠릴 4개 섬(북방 영토)에서 공동 경제활동을 하는 데 의견을 모으고 다음 날 발표할 공동선언문에 관련 내용을 넣기로 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대통령 외교정책 수석보좌관은 “몇 주 동안 협상에도 도달하지 못했던 합의를 이번에 이뤘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날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아베 총리와 푸틴 대통령은 안보 협력 강화를 위한 외교·국방장관인 ‘2+2’를 재개하는 데도 합의했다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전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의 도착은 예정보다 3시간 가까이 늦어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때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려는 푸틴 대통령 특유의 스타일이 발휘된 게 아니냐며 외교적 결례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정부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시리아 내전 문제를 조율하느라 출발이 늦어졌다며 “시작이 어긋났을 뿐 회담의 길이나 다음의 일정에 변경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날 시리아에서는 러시아와 터키의 긴급 중재로 반군과 주민 5,000여명이 ‘인도주의 통로’를 이용해 알레포에서 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