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TV·방송

[2016 방송 결산] '닥터스'로 심폐소생한 SBS, '질투의 화신'-'낭만닥터 김사부'로 안방극장 점령

2016년 SBS 드라마는 그야말로 냉탕과 온탕, 짠맛과 단맛을 오갔다. 올해 초 ‘육룡이 나르샤’와 ‘리멤버-아들의 전쟁’의 선전에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던 SBS는 KBS의 ‘태양의 후예’라는 거대한 적수를 만나면서 부진의 늪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당시 ‘태양의 후예’와 대적했던 ‘돌아와요 아저씨’는 최저 시청률 2.8%까지 떨어지며 적지 않은 수모를 겪어야 했다.

그 외에도 지성과 혜리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던 ‘딴따라’, 김희애와 지진희를 내세운 ‘끝에서 두 번째 사랑’, 난공불락이었던 김수현 작가의 신작 ‘그래, 그런거야’ 등. 분위기를 반전시켜줄 것이라 믿었던 구원투수들 모두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사진=SBS/사진=SBS


이런 침울한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은 지난 6월 첫 방송을 시작했던 ‘닥터스’였다. 침체된 SBS 드라마에 인공호흡을 불어넣어준 ‘닥터스’ 이후로 ‘질투의 화신’, ‘낭만닥터 김사부’, ‘푸른 바다의 전설’ 그리고 ‘우리 갑순이’까지 연이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의학드라마 불패신화 SBS에서 이어가

의학드라마는 ‘적어도 망할 일은 없다’고 이야기할 만큼 각 방송사의 효자아이템으로 손꼽힌다. 가장 친숙하면서도 낯선 공간이라는 병원에서 생과 사를 넘나드는 긴박한 이야기들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는 것. SBS 역시 올 한해는 ‘닥터스’와 ‘낭만닥터 김사부’라는 효자들의 덕을 톡톡히 봤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닥터스’는 침체되어 있던 SBS 드라마의 분위기를 반전시킨 1등 공신이다. ‘닥터스’는 최고 시청률 21.3%로 2016년 월화드라마 최초로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2015년 ‘펀치’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김래원과 ‘상속자들’, ‘피노키오’로 화제를 모았던 박신혜의 만남에 ‘의학’이라는 코드가 얹어지면서 높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특히 김래원은 외과의사 홍지홍 역을 맡아 카리스마 있는 눈빛 연기는 물론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박신혜와의 달달한 로맨스로 많은 여심을 흔들었다. 이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연말 연기대상에서 김래원의 대상 수상을 예견하기도 했다. 적어도 ‘낭만닥터 김사부’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사진=삼화네트웍스, SBS/사진=삼화네트웍스, SBS


지난 달 7일 첫 방송을 시작한 ‘낭만닥터 김사부’는 한석규, 유연석, 서현진, 임원희, 진경 등 탄탄한 연기력을 보유한 배우들이 대거 포진하며 화제를 모았다. 더불어 ‘낭만닥터 김사부’는 첫 회부터 속도감 있는 전개로 눈길을 끌며 방송 8회 만에 시청률 20%를 돌파한데 이어 매회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그 가운데 특히 비밀을 간직한 괴짜 의사 ‘김사부’ 역을 맡은 한석규는 범접하기 힘든 실력을 갖춘 ‘최고의 의사’로, 때로는 환자들의 내면에 자리한 깊은 상처까지 살필 줄 아는 ‘진짜 의사’의 면모를 완벽하게 그려내며 작품에 대한 설득력을 높였다.

이로써 한석규가 대상후보로 급부상하게 되면서 ‘대상’의 영예는 누구에게 돌아갈지에 대해서는 누구라고 단언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지만, 확실한 것은 두 사람 가운데 누가 받는다 해도 충분히 ‘받을만한 사람이 받았다’는 평을 듣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극히 ‘현실적인’ VS 현실에는 없는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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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SBS 드라마를 이끈 드라마의 면모를 살펴보면 비교적 현실적인 이야기로 공감을 얻은 ‘질투의 화신’, ‘우리 갑순이’와 현실에서는 전혀 불가능한 판타지를 그린 ‘푸른 바다의 전설’로 나뉜다.

‘닥터스’가 월화극에 심폐소생을 했다면 수목극의 부활을 알린 것은 ‘질투의 화신’이었다. 자신을 3년간 짝사랑 했던 표나리(공효진)의 마음이 돌아서자마자 도리어 표나리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이화신(조정석)의 디테일한 연기가 압권이었다. 물론 드라마에서만 볼 수 있는 허구적이고 과장된 요소도 등장했으나, ‘남자 유방암’이라는 신선하면서도 현실감 있는 소재는 물론 ‘정규직-비정규직’ 문제 등 현 사회를 풍자하는 코드를 차용해 드라마 안에서 코믹하게 녹여내며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사진=SBS/사진=SBS


‘우리 갑순이’는 오랜 세월을 함께한 연인의 모습은 물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춘, 재혼 가정이 겪을 수 있는 문제, 노년 부부의 황혼 이혼 등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내세워 시선을 끌었다. 또한 기존의 토, 일요일 편성에서 토요일 2회 연속 방송으로 변경해 몰입도를 높이며 연이은 시청률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에 ‘우리 갑순이’는 최근 10회 가량 연장을 결정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서경스타DB/사진=서경스타DB


이와는 반대로 ‘푸른 바다의 전설’은 지극히 판타지에 의한 판타지를 위한 드라마다. ‘별에서 온 그대’ 박지은 작가와 전지현의 재회 그리고 한류스타 이민호의 합류로 제작 단계부터 단연 화제의 중심에 섰던 ‘푸른 바다의 전설’은 첫 회부터 16.4%라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수목 드라마의 절대강자가 되었다.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인어’라는 소재를 처음으로 드라마에까지 끌고 들어와 사랑스러우면서도 유쾌한 캐릭터를 탄생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여기에 겉으로는 무심하고 차가운 척 하지만 뒤에서는 남몰래 전지현을 챙기는 이민호의 매력 역시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푸른 바다의 전설’은 최근 이전보다 시청률이 소폭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지만, 주인공의 패션부터 대사까지 누리꾼들 사이에서 많은 화제를 낳으며 굳건하게 수목드라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소문난 잔치인데 먹을 것이 없었다 ‘달의연인-보보경심 려’

하반기에 가장 기대작으로 손꼽혔던 드라마라고 하면 단연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였다. 150억 원이라는 제작비는 물론이고 이미 중국에서 크게 흥행하며 작품성을 검증받은 원작, 이준기라는 한류스타까지. 무엇하나 이 드라마의 성공을 의심할 요인이 없었다. 여기에 사전제작으로 완성도까지 높일 것으로 알려져 이 드라마의 첫 방송을 애타게 기다렸던 시청자들이 적지 않았다.

/사진=SBS/사진=SBS


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탓일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는 많은 부분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지나치게 등장하는 ‘클로즈업’ 기법은 오히려 극의 집중을 방해했고, 고려라는 시대적 배경과는 너무 동떨어진 설정과 개연성 부족한 전개, 과도한 PPL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어 주인공인 아이유의 연기력 논란까지 대두되며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또 동시간대 박보검-김유정이 이끈 ‘구르미 그린 달빛’이 선전하며 더욱 시청률과는 멀어져야 했다.

물론 후반부로 갈수록 인물 갈등이 고조되고 권력 전쟁이 본격화 되면서 뒷심을 발휘하기는 했으나 전세를 역전하기에는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았다. 다만 사극의 강자로 떠오른 이준기는 ‘역시 이준기’라는 평이 쏟아질만큼 눈빛부터 액션 연기까지 완벽하게 그려냈지만, 이준기가 모든 구멍을 채우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이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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