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서울에 첫 시내 면세점을 열었던 신세계DF는 신생업체 중 또다시 특허를 획득하는 이변의 주인공이 됐고, 지난해 1차 특허전에서 꼴지로 탈락했던 현대는 기존 면세업체들을 모두 제치고 1위로 도약하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반면 비유통 기업이자 굴지의 면세 기업인 호텔신라가 가세한 HDC신라면세점과 워커힐면세점의 부활을 노렸던 SK네트웍스는 나란히 고배의 잔을 마셨다. 특히 이번 결과로 SK네트웍스는 23년 역사의 면세업을 완전히 접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면세업 ‘유통 빅3’ 시대 활짝=이번에 특허를 획득한 세 업체는 모두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을 중심으로 지난 수십년 동안 국내 유통업계를 주도해 온 3사다. 무난한 특허 획득을 예상했던 SK네트웍스가 탈락하고 비슷한 입지에 출점한 현대와 신세계가 나란히 특허를 거머쥐면서 면세업계가 연 매출 10조원의 소매업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수십 년 간 국내 유통업계를 주도해 온 유통업체들의 개별 경쟁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면세점은 굴지의 대기업이 겨룬 이번 면세전에서 유일한 비면세 기업으로 출점했지만 총점 810.0점으로 전체 1위를 획득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지난해 신규 티켓 3장이 걸렸던 1차 특허전 당시 경쟁 업체 중 꼴찌를 기록했던 것에 비해 기록적인 반전이다. 현대면세점 관계자는 “허황된 대형 투자 공약보다 관세청의 특허 심사기준에 기반해 각 항목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며 “이 과정에서 발휘된 유통기업의 노하우가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낸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5월 명동에 첫 서울 시내 면세점을 연 데 이어 이번 결과로 강남까지 보폭을 넓히는 결과를 낳았다. 백화점 명동 본점에 입점한 신세계면세점은 개점 이후 4개월 만에 신규 면세점 중 1위 매출 매장으로 도약하는가 하면 다소 침체된 백화점 본점 매출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신세계는 명동과 강남 센트럴시티 등 2곳에 서울 시내 면세점을 확보함에 따라 국내 면세업계 3강으로의 도약이 확실시되고 있다.
롯데월드타워점을 세계 1위 매장으로 키우겠다는 비전 하에 2조3,000억원의 투자안을 제시했던 롯데면세점은 예상대로 특허 부활에 성공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내년 초고층 롯데월드타워의 본격 개점과 더불어 면세점을 핵심 콘텐츠로 키워 ‘관광 보국’에 이바지하겠다는 각오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심리적 부담이 작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면세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사에 임해주신 심사위원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면세도 ‘강남시대’=이번 특허전의 결과 신규 면세점은 모두 강남에 세워진다. 개별 관광객이 늘어나며 서울 명동 중심의 관광에서 강남 등지로 관광객이 이동하는 현상을 반영했다는 해석이다. 롯데월드타워점은 롯데그룹의 강남시대를 열게 될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둥지를 튼다. 특허 면적도 국내 최대 규모인 1만7,334㎡(5,253평)로 확대된다. 현대면세점은 현대백화점의 1위 매장인 무역센터점 3개 층에 입점한다. 전체 브랜드의 절반가량을 명품급으로 채워 ‘럭셔리 면세점’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신세계면세점은 백화점 강남점이 입점한 센트럴시티에 세워진다. 센트럴시티 일대를 개별 관광객의 중심지로 만들어 문화와 관광이 어우러지는 ‘문화예술 관광 허브’로 만든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