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트럼프 취임 한달여 앞두고...美 정치판 흔드는 ‘러 대선 개입’

美 상원 정보위 “해킹 공식조사”

민주·공화 양당 초당적 합의

오바마 “러 고위층 지시로 진행”

사실상 푸틴 대통령 배후로 지목

러 “증거 대라, 아주 무례” 일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한 달을 앞두고 러시아의 대선 개입 문제가 미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민주·공화 양당이 초당적 조사에 합의한 상태여서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친러 행보를 보이고 있는 트럼프의 외교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리처브 버 상원정보위원장(공화당)은 이날 러시아의 대선 개입 해킹 사건에 대해 공식 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버 위원장은 “어떤 결과가 나오든 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검토하고 추적할 것”이라며 “이번 대선을 포함해 러시아 정부의 사이버 공격 행위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이뤄졌는지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 버락 오바마 행정부뿐 아니라 새로 출범하는 트럼프 정부의 관리들도 조사 대상”이라며 “필요한 경우 의회 증언을 위한 소환장도 발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당초 민주당과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애리조나)은 이 사건 조사를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을 요구했으나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이를 거부해 정보위 차원의 조사로 결론 났다. 양당이 초당적 조사에 합의한 러시아 해킹 사건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중앙당 격인 전국위원회(DNC)의 고위간부 e메일이 해킹당한 사건을 가리킨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최근 러시아와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손을 잡고 트럼프의 승리를 돕기 위해 해킹을 저질렀다고 결론 냈으며 연방수사국(FBI)과 국가정보국(DNI)도 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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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도 러시아에 대한 보복을 시사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내가 받아 본 정보는 ‘해킹은 러시아의 소행’이라는 정보당국의 평가에 확신을 심어준다”면서 “러시아 고위층의 지시로 해킹이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의 명령 없이 일어나는 일이 많지 않다”며 사실상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배후로 지목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이 한창이던) 9월 항저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해킹을 중단하라. 그렇지 않으면 중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면서 “러시아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강력 반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비서는 “(해킹에 대해) 얘기하지 말든지, 아니면 어떤 증거를 대야 할 것”이라면서 “그렇지 않다면 이는 아주 무례하게 보인다”고 말했다. 크렘린궁은 그동안 미국 측의 해킹 주장에 대해 ‘우스운 헛소리’라고 일축해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의회 조사 이후 미국이 러시아에 보복할 수 있는 옵션은 두 가지라고 전했다. 하나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강화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푸틴과 그 측근들의 비리를 언론에 흘려 ‘망신주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옵션을 시행할지 여부가 러시아와의 관계개선을 추구하는 트럼프의 손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힐러리 클린턴 캠프의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존 포데스타는 WP에 기고한 글에서 “러시아를 비롯한 잠재적 적국의 해킹은 이제 눈앞의 위험으로 다가왔다”면서 “강력하고도 지속적인 대응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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