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한국인과 거짓말

김성수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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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은 거짓말하고 속이는 경향이 농후하다. 남에게 해를 끼치고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우쭐댄다.”


1668년 네덜란드 선원 헨드릭 하멜은 저서 ‘하멜표류기’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성품이 착하고 매우 곧이 잘 듣는 사람들이어서 원하는 대로 속여먹을 수 있다”고도 했다. 350년 전 한 서양인의 눈에 비친 한국인은 ‘잘 속이고 잘 속는’ 민족이었다.

지난달 말 출간된 ‘한국인의 거짓말(김형희 저)’은 거짓말 잘하는 한국인을 다뤘다. 저자는 5년에 걸친 작업 끝에 한국인의 거짓말의 특징을 정리했다. 주요 특징 가운데 하나는 한국인은 거짓말할 때 서양인과 달리 코를 만지는 버릇은 별로 없었다. 다만 한국인 10명 중 6명꼴로 거짓말할 때 안면비대칭 현상을 보였다. 얼굴의 왼쪽과 오른쪽의 표정이 어긋나게 나타난다는 얘기다.


요즘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를 보고 있자면 하멜의 지적이 떠오른다.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한 장·차관 등의 고위 공무원과 대기업 총수들의 증언을 들으면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앞뒤가 맞지 않았다. 청문회장에서 ‘양심의 가책’과 ‘책임감’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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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사회 고위층의 거짓말에 분통을 터뜨린다. 청문회장에 거짓말 탐지기를 동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가까운 미래에는 얼굴 근육의 움직임을 포착해 거짓말 여부를 가리는 기기가 청문회장에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국민의 분노를 지켜보면서 우리 사회의 저변에 깔려 있는 그릇된 인식이 거짓말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거짓말하더라도 안 걸리면 그만’이라거나 ‘바른대로 얘기하면 나만 손해 본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어서다. 거짓말했다가 들통이 나더라도 시간만 지나면 된다는 인식도 강하다.

그러고 보니 한국 아이들은 일찌감치 부모에게 거짓말을 배운다. 놀이공원이나 대중목욕탕 입장권 매표소에서 부모는 아이에게 나이를 속이라고 강요한다. 뷔페 식당 앞에서도 초등학생이 미취학 아동으로 바뀐다. 학교에서 ‘거짓말은 나쁜 짓’이라고 배운 아이들은 부모의 거짓말에 잠시 혼란을 겪지만 이내 순응하게 된다.

거짓말에 대한 분노가 높은 이때 국정조사 청문회를 거짓말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보는 것이 어떨까. 거짓말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정의를 보여주자는 얘기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뻔뻔한 거짓말이 사실로 드러나면 위증죄를 물어 일벌백계로 다스리자. 모범을 보여야 할 고위층이 솔선수범하기를 기대하기는 여전히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국회와 특별검사가 법이라는 제도적 장치를 활용해 책임을 묻는다면 뻔한 거짓말로 국민을 현혹하는 일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서도 이참에 아이들과 거짓말과 책임을 주제로 대화하는 기회를 가지면 어떨까. sskim@sedaily.com

김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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