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R&D 투자 느는데…신약 갈수록 주는 이유는

후보 화학물질 대부분 상업화 완료

바이오 신약은 개발 진입장벽 높아

FDA 등 안정성 규제 강화도 부담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 투자액을 늘리고 있지만 아직 성과가 미미하다. 실제 올해 국내 신약으로 인정받은 사례는 한미약품의 표적항암 치료제인 ‘올리타정’ 하나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는 5개의 신약이 개발됐지만 지난 1999년 SK케미칼의 ‘선플라주’ 이후 매년 신약 개발 건수가 1~3건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경우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글로벌 제약 시장을 이끄는 미국과 유럽에서도 실패 사례가 잇따르는 등 신약 개발 장벽이 갈수록 높고 두터워지는 모습이다. 신약 개발은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1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웬만한 적응증에 대한 화학물질 기반의 신약은 대부분 개발돼 신약 후보군 자체가 많지 않은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특히 1990년대 ‘고속원료처리스크리닝 기술(high-throughput technology)’ 도입으로 신약 후보 물질 탐색이 보다 쉬워지면서 화학물질 기반의 신약 후보군은 이미 대부분 상업화됐다. 조관구 큐라티스 대표는 “대형 제약사들은 케미컬 기반의 라이브러리(화학물질군)가 몇 만개나 있지만 이미 웬만한 약은 다 나와 있어 무작정 후보군으로만 갖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제약사들은 호르몬이나 단백질을 활용한 바이오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케미컬 기반 신약에 비해 개발 기간이나 비용이 더 많이 들어 진입장벽이 훨씬 높다. 조 대표는 “바이오 신약은 분자량도 많고 구조가 복잡해 합성하기 어려운데다 온도나 영양분 등을 최적화해서 만들어야 해 케미컬 기반 약물보다 생산 비용이 훨씬 많이 든다”며 “몇 십년 전만 해도 1조원이면 신약 10개를 만들 수 있었지만 이제는 0.8개 정도만 개발 가능할 정도로 장벽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당국 규정 강화도 신약 개발 장벽을 높이는 이유 중 하나다. 이희용 전 펩트론 연구소장은 “신약 부작용은 수년 뒤에도 나올 수 있다는 이유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의 규제기관에서 임상 효능뿐 아니라 독성 관련 자료를 이전보다 더 많이 요구하는 추세”라며 “무엇보다 신약 개발 시 분석기술이 좋아져 이전에는 몰랐던 불순물도 많이 발견되기 때문에 안정성 자료가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임상 1상에 도달해도 실제 상업화에 성공하는 경우는 10건 중 1건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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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한 신약 후보군이 고갈되면서 제약사들은 고육지책으로 비교적 시장성이 낮은 희귀병 치료제나 알츠하이머와 같은 매우 복잡한 기전의 치료약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FDA로부터 인정받은 신약 중 환자 수 20만명 이하의 희귀병과 관련한 신약은 2010년 6개에서 2014년 17개로 껑충 뛰었다.

또 글로벌 제약사들은 발병 원인조차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데다 혈뇌장벽(Blood-Brain-Barrier) 투과율 문제 등으로 접근조차 쉽지 않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목을 매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관련 치료제 개발에 3조원가량을 투입한 일라이릴리의 경우 지난달 알츠하이머 치료제 ‘솔라네주맙’의 임상 3상 실패를 발표한 후에도 개발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이외에도 에자이나 로슈·아스트라제네카 등이 아직 미답의 영역인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천문학적인 투자비용에도 실패 확률이 높은 신규 약물을 개발하기보다는 우회 전략을 펼치는 사례도 빈번해지고 있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모든 환자들에게 효능이 나타나는 약물 개발보다는 각 환자의 특성에 따라 효과가 다른 약물 개발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며 “기존 약물의 적응증을 바꿔 적용하는 이른바 신약재창출(drug repositioning) 전략이 부각되는 것도 신약 개발이 어느 정도 한계에 달했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밝혔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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