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서 '가짜 보드카' 마신 주민 33명 집단 사망

혹한의 도시 러시아 이르쿠츠크에서 보드카 대신 메틸 알코올이 함유된 피부 보습용 로션을 마신 주민 33명이 집단으로 사망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 이르쿠츠크 지부는 19일(현지시간) “현재까지 가짜 술을 마시고 숨진 주민이 33명으로 파악됐다”며 “일부는 병원에서 사망했고 일부는 집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이들 외에도 10여 명이 중태여서 사망자를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현지 보건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이르쿠츠크 노보레니노 구역 주민들은 지난 17일부터 이틀 동안 단체로 중독 증세를 보여 사망했다. 일부 환자들은 응급차로 병원에 실려 오는 과정에서 숨지거나 병원 도착 후 곧바로 사망했으며, 또 다른 주민들은 자신의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사상자를 포함해 총 54명으로 35~50세 빈곤 계층에 속한 주민들이었다.



이들은 마을 상점에서 피부 보습용이나 사우나용으로 판매되는 로션 제품 ‘보야리쉬닉’을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제품에는 메틸 알코올과 냉동 방지제 등이 함유돼 있다. 제품에는 ‘음료로 사용하지 말라’는 경고 문구가 있지만 피해자들은 이를 무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민들은 그동안 비싼 보드카 대신 값이 싼 알코올 함유 화장품이나 향수 제품 등을 물에 타 보드카 대용으로 마셔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수사당국은 해당 제품을 판매한 상점 2곳을 압수수색하고, 제품을 유통시킨 거래상 7명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상점 100여 곳도 점검해 2t 이상의 ‘보야리쉬닉’ 제품을 압수했다. 이르쿠츠크 시 정부는 사건과 관련 관내에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한편 모든 비 음료용 알코올 함유 제품의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이번 집단 사망 사건과 관련해 알코올 함유 액체들의 판매 상황을 일제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