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공직사회는 국가운영 최후의 보루] 칠레 韓외교관 미성년자 성추행까지...민낯 드러난 관료사회

<3>도덕성 재무장 없인 명예회복 없다

세월호·최순실 국정농단 등

국내외 곳곳서 국격 추락 사태

공직사회 불신 갈수록 커져

헌신성·애국심·도덕성 무장

기본으로 돌아가야 신뢰 회복

칠레 주재 공관에 근무하는 한국 외교관이 현지 미성년자를 성추행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지난 15일 칠레의 한 방송사 시사고발 프로그램인 ‘엔 수 프로피아 트람파’ 예고편에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칠레 주재 공관에 근무하는 한국 외교관이 현지 미성년자를 성추행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지난 15일 칠레의 한 방송사 시사고발 프로그램인 ‘엔 수 프로피아 트람파’ 예고편에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에는 칠레 주재 공관에 근무하는 한국 외교관의 미성년자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

청와대가 개입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전 세계의 전파를 타며 국격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터진 성추행 사건이어서 파장은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국가의 통치체계가 흔들리는 비상시국의 상황에서 ‘마지막 보루’가 돼야 할 공직자에 대한 ‘도덕성’ 관리마저 곳곳에서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9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현지시간) 칠레의 한 방송사는 칠레 주재 공관에 근무하는 한국 외교관이 현지 미성년자를 성추행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현지의 한 여학생의 제보를 바탕으로 함정취재를 통해 촬영된 영상에는 한국 외교관이 미성년자를 성추행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찍혀 있다.



예고 영상을 본 경제부처의 한 공직자는 “발생하지 말아야 할 일이 또 일어났다”면서 “참담함을 감출 수 없다. 100만 공무원 모두에 대한 도덕 재무장 교육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그래도 공무원이라면 우리 딸아이를 시집보낼 수 있다고 했던 게 과거 공직사회에 대한 평가였다”며 “세월호 참사에 이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까지 이어지면서 공직사회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데 이제는 도덕성마저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고 토로했다.


나라 안팎에서 공직자의 일탈행위는 잊을 만하면 발생했던 게 사실이다. 2010년과 2011년 독일 주재 외교관의 음주운전 사고가 현지 매스컴을 탔다. 2011년에는 아프리카 지역의 한 국가에서 업무를 끝마치고 돌아오는 모 대사가 상아를 대량 밀수하려다가 적발됐다. 비위(非違) 유형도 다양했다. 2010~2014년 금품수수로 적발된 건수가 1,408건에 이르고 공금횡령 241건, 공금유용 155건, 직권남용이 48건 등에 달했다. 근래 들어서는 공직사회의 붕괴와 맞물려 성매매 사범도 급증하는 추세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경찰에 적발된 공무원 성매매 사범은 359명. 이 중 36%가량인 128명이 올해 8월까지 적발된 숫자다. 올 10월 국정감사장에서는 금융위원회 사무관의 ‘갑질 성폭행’이 뒤늦게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11년 이후 외교부의 성추문 관련 징계 11건 중 6건이 해외 공관에서 일어났다. 2012년 태국과 뉴질랜드에 주재하는 외교관의 성추행 사건으로 빈축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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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공직사회의 민낯에 국민들은 분노했다. 전쟁의 폐허였던 우리나라를 선진국 코앞까지 끌고 왔던 게 공무원 집단이다. 고시가 ‘흙수저’의 등용문이자 가문의 영광으로 상징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호 이후 ‘나랏일’을 하던 공직자에 대한 호칭은 ‘관피아’로 격하됐다. 3년 취업제한이라는 철퇴가 가해졌고 우리 사회의 적폐로 내몰리며 연금도 대폭 삭감됐다. 공무원 등을 겨냥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도 제정됐다.

이런 상황에서 칠레 외교관처럼 특정 공무원들의 비위가 발각되면서 ‘도덕적 재무장’ 없이는 과거의 명예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부처의 한 고위관계자는 “세월호는 공무원이 지켜야 할 헌신성, 안종범·조원동 전 수석 등 고위공직자의 국정농단 연루 사건은 애국심, 그리고 칠레 외교관 사건은 도덕성 등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준 사건”이라며 “헌법적 가치 위에 공무원의 마음가짐을 다시 세우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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