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檢 "천경자 '미인도'는 진품" 결론] "특유의 화법·1976년 스케치와 일치"…25년 위작논란 일단락

석채·덧칠·압인선 등

'미인도'-진품서 공통 발견

출처·소장이력 분명해

바꿔치기 가능성도 낮아

차녀 김정희씨 거센 반발

"앞으로도 논란 계속될 것

다툼 해결 시스템 마련해야"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열린 천경자 화백 ‘미인도’ 위작 논란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발표에서 형사제6부 배용원(왼쪽) 부장검사가 ‘미인도’가 진품임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열린 천경자 화백 ‘미인도’ 위작 논란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발표에서 형사제6부 배용원(왼쪽) 부장검사가 ‘미인도’가 진품임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5년 이상 계속된 고(故) 천경자(1924~2015) 화백의 일명 ‘미인도’ 논란이 검찰의 ‘진품’ 결론으로 일단락됐다.

◇알려진 감정법 총동원=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배용원 부장검사)의 지난 5개월간 수사에는 국내외 미술품 감정법이 총동원됐다. 우선 전문가의 ‘안목감정’에 9명의 감정위원이 선정돼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 4점을 비롯한 진품 12점을 대상으로 비교감정을 실시했다. ‘미인도’가 다른 작품에 비해 “전체적 명암대조(밝기),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는 일부 주장도 있었지만 진품 의견이 우세했다. 또 1999년 자신이 ‘미인도’를 그렸다고 주장했던 위조전문가 권 모씨도 조사 과정에서 ‘진품’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과학감정은 진품 12점과 ‘미인도’, 권 모씨의 모작(模作)까지 총 13점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희귀하고 비싼 석채를 사용한 점 △천경자 특유의 두꺼운 덧칠 △날카로운 도구로 눌러 외곽을 그린 압인선 등이 ‘미인도’와 진품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됐다. 결정적으로 천 화백이 1976년 차녀 김정희 씨를 모델로 그린 스케치가 ‘미인도’를 비롯해 1981년작 ‘장미와 여인’과 고도로 유사하다는 점이 검찰 측 ‘진품’ 결론을 뒷받침했다. 프랑스 감정단이 제시한 “진품 가능성이 0.00002%”라는 사실상 ‘위작’ 의견은 같은 방법을 채택할 경우 천경자의 ‘미인도’ 뿐 아니라 진품이 분명한 다른 작가들의 작품까지도 ‘위작’ 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96%나 된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 측은 “프랑스 감정기관이 그림을 1,650개 단층으로 쪼개 분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번 감정에는 심층적 단층분석방법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고소인 측이 1980년에 미술관에 입고된 그림이 이후 바꿔치기 됐을 수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출처와 소장이력이 분명해 누군가의 소행으로 다른 작품이 ‘미인도’로 교체됐을 가능성은 상정하기 어렵다”고 검찰 측은 밝혔다.

2016A34 천경자3



◇마침표는 또 다른 시작=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법기관을 통한 예술품의 진위판단은 완벽한 마침표가 되기 어려웠다. ‘미인도’를 위작이라고 주장하는 고소인 김정희(천경자 차녀)씨 측은 검찰의 ‘진품’ 결론에 극구 반발했다. 고소인 측 법률대리인 배금자 변호사는 반박문을 통해 “1990년 화랑협회가 주도한 안목감정 그 수준에서 25년이 지난 지금에도 나아진 점이 없다”면서 “국립현대미술관은 이 사건이 발생한 후 세칭 ‘미인도’를 언론이나 다른 전문가들, 유족에게 공개하지 않은 채 자체 감정에 관한 학술적 논문 ·보고서를 한편도 발표하지 않고 단지 주먹구구식으로 진작이라고 반복했다”고 유감을 밝혔다. 나아가 배 변호사는 “안목감정단의 명단과 의견의 근거, 그리고 위작이라는 소수의견을 굽히지 않은 감정위원과 그 의견 근거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며 추가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반면 ‘미인도’ 소장처인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진품으로 믿고 있었기에 새삼스럽게 기뻐할 일은 없다”면서 “해당 작품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만큼 25년간 공개된 적 없던 ‘미인도’의 전시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미술사학자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는 “앞으로도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미술계에 수많은 쟁점거리가 있음에도 이를 빼놓고 ‘미인도’ 논쟁만 부각되는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모적 논쟁을 극복하기 위해 앞으로는 감정 및 법정 다툼을 객관적으로 해결할 시스템을 갖출 계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서성록 한국미술품감정협회 회장은 “검찰이 진위판단의 근거로 지목한 스케치처럼 감정을 위한 소재 분류, 자료 분석 등 관련 아카이브의 체계적 확보가 절실하다”면서 “감정분야에 대한 차세대 감정 전문가 육성,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미술계 관계자들은 이 사건과 관련한 사자(死者)명예훼손으로 불구속 기소된 미술평론가 정모 씨의 경우, 해묵은 논란에 대한 재고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긍정적 역할이나 문화비평에 대한 인식이 반영되지 않은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했다.

조상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