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산업절벽 소프트파워 혁명으로 넘는다] 젊은피 수혈하고 조직 쇄신...4·7·9세대가 기업 변신 이끈다

<2> 젊은 창의성에서 미래 찾는 기업들

전장·바이오·자율주행차 등 '가 보지 않은 길'

기존 인적구성·의사결정 체계론 성공 어려워

삼성·현대차 등 오너3·4세 경영전면서 혁신 지휘

기업들이 융합산업에서 신성장동력을 찾으면서 창의 인재 발굴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6’에서 홍원표(오른쪽) 삼성SDS 사장이 진행한 기조연설에 스티븐 알트 하우스 BMW 부사장이 등장했다(오른쪽 사진). 기아자동차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첨단자율주행 기술로 무장한 쏘울 EV에 탑승해 자율주행 기술을 체험하고 있다(왼쪽사진). /연합뉴스기업들이 융합산업에서 신성장동력을 찾으면서 창의 인재 발굴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6’에서 홍원표(오른쪽) 삼성SDS 사장이 진행한 기조연설에 스티븐 알트 하우스 BMW 부사장이 등장했다(오른쪽 사진). 기아자동차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첨단자율주행 기술로 무장한 쏘울 EV에 탑승해 자율주행 기술을 체험하고 있다(왼쪽사진). /연합뉴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 10월 초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면서 ‘젊은 한화’를 선언했다. 50대 ‘젊은 피’를 경영진으로 대거 수혈해 불확실한 경영 상황을 타개해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했고 과장·차장·부장 승진 때마다 최소 1개월 이상의 안식월을 부여하는 파격도 선보였다.

한화는 이어 12월 119명의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해 젊은 조직으로의 변신에 방점을 찍었다. 이는 139명을 승진시킨 2013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다.


국내 대기업들이 인적 쇄신, 조직 재편을 통한 소프트웨어 혁명에 시동을 걸었다. 기존에 해오던 사업을 예전 방식으로 답습해서는 10년 뒤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절박한 위기감에 따른 조치다.

4대 그룹에 속한 계열사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바꿔야 젊고 창의적인 인재를 모셔올 수 있고 인적 구성이 달라져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며 “사장단도 매일매일 변신을 요구 받고 있다”고 말했다.

◇가 보지 않은 길 걷는 기업들=최근 각 기업들은 누구도 해보지 않은 미개척지에서 신성장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전장 및 바이오사업이나 현대자동차그룹의 자율주행차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직접 나서 각 계열사 사장단에 “판을 흔들 수 있는 글로벌 인수합병(M&A)을 추진하라”고 특명을 내린 상태다.

주요 그룹의 전략기획통들은 가 보지 않은 길을 걷는 부담이 크다고 토로한다. 국내 기업들의 주특기인 ‘추격자’ 전략을 펼칠 때는 해외 성공 사례를 전범(典範) 삼아 시행착오와 비용을 줄여가며 승승장구했지만 ‘개척자’가 되자 실패의 리스크가 커진 탓이다.

삼성만 해도 10년 전부터 바이오 및 전장사업을 준비해왔지만 아직까지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차 역시 자율주행차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자율차 사업부를 분리 독립시키며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구글 등 경쟁자와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대체적인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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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은 그룹 컨트롤타워가 신성장사업 전반을 검토하고 승인해 투자 결정을 내리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며 “이 같은 수직적 의사결정체계로는 말단 계열사의 젊고 튀는 생각을 사실상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인적 구성, 의사 결정 체계로는 기업 DNA를 바꾸는 대대적 혁신이 어렵다는 얘기다.

◇창의성으로 기업 바꿔라, 약진하는 4·7·9 세대=물론 국내 기업들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삼성을 비롯해 SK·LG·한화·롯데 등이 최근 대대적인 조직 혁신에 나선 것도 이 같은 고민에 따른 것이다.

이런 변신의 중심에 ‘4·7·9 세대(40대, 70년대생, 90년대 학번)’로 구성된 오너가(家) 3·4세가 있다. 이들은 올 들어 경영 전면에 등장하며 대변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등기이사를 맡은 데 이어 최근 조부인 이병철 창업주가 만든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겠다고 선언했으며 GS 오너가 3세인 허용수(48) GS에너지 부사장은 최근 지주사인 ㈜GS 지분을 4.82%로 늘려 허창수 회장(4.75%)보다 지분율을 높이면서 차기 회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정의선(46) 현대차 부회장과 허세홍(47) GS글로벌 대표이사, 조원태(41) 대한항공 부사장, 박세창(41)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장, 박태원(47) 두산건설 부회장, 조현준(48) 효성 사장 등이 40대 기수로 꼽힌다. 이들은 해외에서 유학하거나 말단에서부터 경영 수업을 쌓아 숫자에 밝고 변화에 능숙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임원 인사에서도 4·7·9 세대가 약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10월 말 인사에서 전체 임원의 20%가량을 교체하면서 신임 임원의 절반인 12명을 40대로 충원해 눈길을 끌었다. 업종 불황 속에서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젊은 피 수혈이 필요하다는 게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의 인사 철학이다.

LG그룹도 연말 인사에서 1977년생 최연소 임원을 전격 발탁하는 등 신규 상무 승진자를 지난해 74명에서 100명으로 늘리는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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