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인사이드 스토리] 2배 비싼 고급 수입차, 그랜저보다 덜 내다니...

[다시 커지는 배기량 기준 자동차세 개편 목소리, 왜]

기술발전에 배기량=가격 성립 안해

고급 수입차 세금 덜내는 사례 급증

정부, 세수 감소 우려에 난색

자동차세 개편 사실상 물거품








현대자동차의 ‘그랜저HG’를 2년째 보유 중인 직장인 A씨는 이달 부과된 자동차세를 보고 속이 상했다. BMW의 528i를 타는 직장 동료와 비교했을 때 5만원가량이 더 부과됐기 때문이다. 연으로 계산하면 10만원이나 차이가 났다. A씨는 “찻값은 BMW가 3,000만원 더 비싼데 세금은 왜 국산차가 더 많이 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달 자동차세 납부 기간이 되면서 차량 배기량으로 부과하는 현행 자동차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에서 관련 부분을 개정할 경우 세수가 크게 줄어드는 것을 이유로 개정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반발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방세법 127조에 따르면 비영업용 자동차세는 배기량에 따라 부과된다. 1,000㏄ 이하는 ㏄당 80원, 1,600㏄ 이하는 140원, 1,600㏄ 초과는 200원이다. 여기에 차량 보유기간에 따른 지자체별 감면액을 적용해 6월과 12월로 나뉘어 두 차례 청구된다.


과거에는 고급차일수록 배기량이 크고 큰 힘을 냈다. 최근에는 엔진 터보 기술이 발전하면서 배기량이 곧 차량 가격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고급차가 배기량 때문에 세금을 덜 내는 일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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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LA’의 배기량은 1,991㏄로 올해 1월1일 등록했다면 연 자동차세는 51만7,000원이다. 반면 르노삼성의 중형 SUV QM5는 배기량 1,995㏄로 자동차세가 51만8,700원이다. 쌍용차의 대형 SUV 렉스턴은 2,157㏄로 56만820원이다. 찻값은 GLA가 7,000만원대로 두 차종보다 최대 3배 이상 더 비싸지만 세금은 덜 낸다.

전문가들은 자동차세는 일종의 재산세 개념으로 평가하는 게 맞다고 보고 있다. 국내 자동차 관련 세제는 총 12종이다. 고배기량 차는 더 많은 배기가스를 뿜어내기에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일각에서는 주장한다. 하지만 유류비에 포함된 세금으로 환경부담금을 내고 있어 재산세 개념으로 보는 게 맞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 9월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배기량별 과세 기준을 찻값에 따라 부과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사실상 폐기된 상태다. 세금을 다루는 문제이다 보니 정부와 협의 없이 국회에서 단독으로 처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자동차세 개편에 따른 세수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전체 등록대수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차령이 오래된 국산차들은 세금이 대폭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뮬레이션 결과 연 7조원에 달하는 세수가 30% 이상 줄어들 수 있다고 나온 바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세가 지방세이다 보니 지방정부의 세수가 줄어드는 것이라 개편작업을 진행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세금은 한번 내리기는 쉬워도 다시 올리기는 어렵다 보니 현 체제를 당분간 유지하자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실제로 정부도 외교통상부(2006년),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2010년), 환경부(2013, 2014)에서 자동차세 개편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했지만 개선은 이뤄지지 못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및 내년 조기 대선 가능성 등으로 한동안 개정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왜곡된 자동차세 체계가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특정연도 이후부터 등록된 차량에 대해서는 미국 등 선진국처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삼는 등 방법은 많다”며 “일부 수입차 업체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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