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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정동화, "다작 배우요? 지금도 '구텐버그'라는 높은 산을 넘고 있어요"

초연부터 삼연까지 시즌을 거듭하는 동안 뮤지컬 <구텐버그>는 연출이나 구성에 있어서 큰 변화가 없었다. 배우들의 소소한 애드리브나 현장의 상황에 따라 매 공연마다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 있었기 때문. 그런 가운데 이번 삼연에서 눈에 띄는 장면 하나가 추가됐다. 어지러운 현 시국을 풍자하는 듯 한 장면이 바로 그것.

/사진=쇼노트/사진=쇼노트


“현 시국에서 ‘공연을 많이 보러 오세요’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죄송할 때도 있어요”라고 말문을 연 정동화는 “하지만 오늘날 이 시점과 우리 작품이 갖고 있는 메시지가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바로 ‘권력’이죠”라며 “진실을 왜곡해 권력을 갖게 된 수도사가 모든 걸 휘두르려고 하는 모습에서 분명한 메시지가 있어요. 연출님께서 ‘그 부분을 살짝 풍자를 해보면 어떨까?’라고 하시더라고요. 결국 애드리브나 동작에 약간의 풍자를 추가하게 됐죠”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보시는 관객 분들도 공감을 많이 하시고, 배우들 역시 저희들의 방식대로 국민들과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부심이 들어요”라고 언급했다.

‘버드’와 ‘더그’가 때로는 무식해보이고 단순해 보여도, <구텐버그>라는 작품을 팔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큰 울림이 된다. 꿈을 꾸는 것조차 사치가 되어버린 팍팍한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꾸라’고 외치는 메시지가 위로를 건네는 것. 정동화가 등이 흠뻑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리면서도 더욱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는 매 작품마다 객석에 앉아있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대변해준다는 느낌으로 연기를 해요”라고 설명한 정동화는 “사실 관객 분들 중에서 여유가 있어서 공연을 보러 오시는 분들은 거의 없어요. 공연을 통해서 위로를 받고 힘을 얻으려고 온 분들이 대다수죠”라며 “어떤 분이 이걸 보고 꿈에 다시 도전하기 위한 용기를 냈다고 말씀해주시는데 정말 울컥하더라고요. 그만큼 저에게도 자부심이 생기는 공연이에요”라고 밝혔다.

그는 “이 작품은 신인 배우들이 연기한다면 더 깊은 메시지가 전달될 것 같아요. 사실 신인 때는 누리지 못하는 것들이 많아요”라며 “주어진 환경 안에서 자신의 욕구를 다른 방식으로 대체해서 표현하는 모습이 제 신인 때 모습을 생각하게 하더라고요. <구텐버그>는 고급스러울수록 의미를 잃게 되는 작품이에요”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을 통해 초심을 떠올렸다는 정동화는 매 순간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이번 <구텐버그> 역시 그 마음과 다르지 않다. 누구보다 잘하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정동화는 “모든 배우가 마찬가지겠지만, 매 회 나 자신에게 새로운 작품을 창조했다고 부끄럽지 않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목표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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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한 번쯤 봐야하는 공연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할 정도로 정동화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구텐버그>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자신이 잊고 살아온 것은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고, 다시금 자신의 청사진을 그려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작품이에요”라고 설명한 그는 “어렵지 않으면서 뮤지컬의 형식이 다 들어가 있어요. 뮤지컬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이 <구텐버그>를 보셔도 분명 만족하실 거예요”라고 전했다.

사실 그는 공연계에서 쉬지 않는 배우로 통한다. 자칫 배우의 욕심일수도 혹은 매 시기마다 좋은 작품을 만난 복 많은 배우일 수도 있지만 어찌되었든 다양한 작품과 다양한 역할을 통해 계속해서 관객들과 만나왔다.

정동화는 “지금 상황에서 무리라고 거절할 수도 있겠지만, 또 좋은 작품을 만나면 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어요. 그렇게 작품에 참여하게 되면 저를 믿고 맡겨주신 분들께 피해를 드리고 싶지 않더라고요. 최대한 성실하게 그리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라며 “지금도 <구텐버그>라는 높은 산을 넘고 있어요. 그것에 대한 자신감과 성취감은 엄청나요”라고 전했다.

더불어 “‘다작’이라는 것 때문에 더욱 날카로운 잣대로 평가받게 된다는 걸 잘 알아요. 그래서 더 이를 악물고 했어요. 하지만 비판보다 더 무서운 게 무관심인 것 같아요. 무엇이 되었든 관객 분들이 해주시는 말씀은 저에 대한 관심이라고 여기면서 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정동화는 <구텐버그>를 마친 뒤 2월부터 <라흐마니노프>의 재연에 참여한다. ‘힐링’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맥락에서 <구텐버그>와 같은 긍정의 기운을 가지고 있다. “언제든지 전화하면 올 수 있는 내 편이 얼마나 있을까요?”라고 설명한 정동화는 “내 옆에서 나를 지지해주고 내 마음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에게서 얻는 위로의 메시지가 담긴 작품이에요. 연달아 좋은 메시지를 가진 작품에 참여해서 관객들에게 좋은 기운을 나눠드릴 수 있는 것도 저에게는 영광이에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다가오는 2017년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재연작도 있고, 신작도 참여할 예정이에요. 그래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조금 바쁘게 보내지 않을까 싶어요”라고 전했다.

이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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