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주류인 친박계는 자체적으로 ‘유승민 비상대책위원장’ 카드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확고히 하면서 벌써 대안 마련에 들어간 모습이다. 친박계는 당내 화합을 위해서는 외부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해야 한다는 점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20일 “친박계 내부에서 김황식 전 국무총리,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이회창 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총재를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먼저 김 전 총리는 비대위원장에게 당을 개혁할 수 있는 실권을 주고 양 계파의 합의 형태로 추대한다면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 전 총리는 새누리당에 대규모 집단 탈당이나 분당 사태가 벌어져 반쪽 정당으로 전락할 경우에는 비대위원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는 손 전 대표에 대해서도 새누리당의 전신 정당에서 보건복지부 장관과 경기도지사·국회의원을 지낸 만큼 재창당 수준의 변화를 이끌고 갈 인물로 적역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손 전 대표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정농단 사태로 위기에 몰린 새누리당의 다급한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라면서도 “개혁세력을 결집해서 박근혜 정권의 적폐와 구체제를 청산하고 국민주권시대의 7공화국을 건설하는 데 여념이 없는 손학규 전 대표를 끌어들이려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은 광장의 시민들이 왜 새누리당의 해체를 요구하는지에 대한 통렬한 성찰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친박계는 비주류의 탈당 여부를 지켜본 뒤 이달 말 또는 내년 초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 당 개혁 작업을 진행하고 2∼3월께 대선 경선에 돌입하는 그림을 구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