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패밀리레스토랑 시들한데…빕스만 빛났다

분기별로 메뉴 개편 승부수

스테이크 20여종으로 확대

월드푸드마켓 등 전략 주효

불황탓 아웃백 등 퇴조에도

나홀로 매출 두자릿수 상승

짠




CJ푸드빌이 운영하는 패밀리레스토랑 빕스는 지난 9월 서울 홍대점에 세계 각국의 전통시장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월드푸드마켓’ 메뉴를 선보였다. 일본·이탈리아·태국·스페인·미국의 대표 음식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는 입소문에 고객들이 몰리면서 두자릿수 이상 매출이 껑충 뛰었다. 경기불황에도 꾸준히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아온 빕스는 올해 경쟁사 대비 사상 최대 실적까지 기대하고 있다.


고급 외식 메뉴의 대명사였던 패밀리레스토랑이 실적 부진으로 줄줄이 위기에 내몰리는 가운데 내년 출범 20주년을 앞둔 토종 브랜드 빕스가 나홀로 질주하고 있다. 초기만 해도 해외 브랜드의 틈바구니 속에서 미래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았지만 차별화된 전략과 고객맞춤형 마케팅을 앞세워 명실상부한 1위 브랜드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코리아가 사모펀드에 570억원에 매각됐다. 아웃백은 한때 110여개의 매장을 운영할 정도로 국내에서 독보적인 패밀리레스토랑이었지만 연이은 실적 부진으로 최근 3년 새 40여개점이 문을 닫았다. 몸값 역시 2010년 매각을 추진할 당시 3,000억원 수준에서 5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앞서 2월에는 베니건스가 마지막 점포였던 롯데강남점을 폐점하고 한국시장에서 철수했다. 베니건스는 3년 전만 해도 21개점을 운영했지만 불어나는 손실을 견디지 못하자 폐점을 결정했다. TGI프라이데이스도 한때 51개에 달했던 매장이 최근 31개로 줄었고 3,000억원이었던 매출도 반토막이 됐다. 2013년에는 마르쉐와 씨즐러가 한국을 떠났고 중견 브랜드였던 칠리스와 코코스도 간판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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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산 브랜드가 시장에서 죽을 쑤는 사이 빕스는 대조적으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빕스는 1997년 뒤늦게 출범했지만 연평균 4~5개씩 꾸준히 출점하며 88개 점포를 갖춘 대표 패밀리레스토랑으로 올라섰다. 매출도 5,000억원에 육박하는 등 뚜레쥬르와 함께 CJ푸드빌을 이끄는 ‘투톱 브랜드’로 성장했다.

업계에선 빕스의 성공 비결로 분기별 메뉴 개편을 비롯한 철저한 고객맞춤형 전략과 발빠른 고객 마케팅을 꼽는다. 초기만 해도 샐러드바 뷔페가 주력이었지만 스테이크 메뉴를 대폭 보강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5~10만원대인 스테이크를 1~2만원만 추가하면 맛볼 수 있다는 게 빕스의 큰 경쟁력이다. 빕스의 스테이크 메뉴는 업계에서 가장 많은 20여종에 달하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0%에 이른다.

브랜드 출범 20주년을 맞아 선보인 월드푸드마켓도 빕스만의 차별화 요소다. 경기침체와 내수부진으로 외식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자 세계 전통시장의 대표 음식이라는 역발상 전략을 꺼냈다. 패밀리레스토랑의 친절한 서비스와 품질 좋은 식재료를 내세우되 경쟁사에 없는 메뉴로 격차를 벌리겠다는 전략이다.

CJ푸드빌 관계자는 “패밀리레스토랑의 원조는 미국이지만 지속적으로 메뉴를 개발하고 고객과 소통해온 것이 빕스가 오랜기간 사랑을 받는 이유”라며 “20주년을 맞는 내년에는 글로벌 무대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해 한국형 패밀리레스토랑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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