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최원준의 #차이나_비즈니스 A to Z] <1> '디지털 한국'은 '디지털 중국'을 앞설 수 있을까

중국에서 딱 10년간 근무하다가 지난해 여름께부터 서울에서 근무하고 있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펑타이’라는 디지털 마케팅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지라, 양국의 트렌드 변화에 남들보다는 민감한 편이다.

어떤 디지털 제품, 서비스,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어느 나라가 어떤 분야에서 앞서는지에 대해 관심이 높은 편이다. 두 나라 모두 정보기술(IT) 분야에서는 미국과 함께 세계를 선도하는 지위에 있는 만큼 디지털 트렌드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10년간 중국에서 디지털 비즈니스를 벌이다가 돌아간 터라 디지털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지인들이 어떤 제품 혹은 어떤 서비스를 들고 중국에 가야 경쟁력이 있는지 물어보곤 했다. 중국 디지털 비즈니스, 생각하면 할수록 기회가 큰 만큼 걱정도 커지는 그 이야기를 꺼내보려고 한다.

#과연 한국은 IT 어느 분야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중국을 앞설 수 있는가



최근 수 차례 베이징, 광저우 출장을 다녀왔다. 일상적인 생활은 몇 년 전과 비교해도 그리 달라 보이지는 않는다. 주택가에서는 탁구로 여가를 즐기고, 장기와 마작으로 한가로운 생활을 즐기는 어르신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육교까지 올라와서 중국 전통 그림을 그리고 그 자리에서 판매하는 모습도 익숙한 풍경이다.

주택가에서는 탁구로 여가를 즐기고, 장기와 마작으로 한가로운 생활을 즐기는 어르신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육교까지 올라와서 중국 전통 그림을 그리고 그 자리에서 판매하는 모습도 익숙한 풍경이다.  /사진=최원준 지사장주택가에서는 탁구로 여가를 즐기고, 장기와 마작으로 한가로운 생활을 즐기는 어르신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육교까지 올라와서 중국 전통 그림을 그리고 그 자리에서 판매하는 모습도 익숙한 풍경이다. /사진=최원준 지사장


#하드웨어로 한국 따라잡던 중국, 이젠 소프트웨어와 디테일로 위협



슬슬 발걸음을 옮겨 젊은이들이 모이는 번화가로 가보니 우리나라에선 보기 힘든 장면들이 눈에 들어왔다. 중국의 전형적인 초호화 주택이나 높고 세련된 마천루 등 하드웨어적인 변화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그리고 디테일적인 면에서도 한국을 앞서가고 있는 장면이 훨씬 많았다. 문제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다는 것이다.

광저우의 ‘타이구후이’라는 고급 쇼핑몰에 자리한 화장실에 들어갔다. 들어서는 순간 감탄을 했고, 나의 촌스러움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아 움찔했다

다이슨에서 수도꼭지까지 생산한다는 사실을 그날 알았다. 가운데에 두 손을 가져다 모으면 물이 나오고, 두 손을 벌리면 손을 말릴 수 있게 바람이 나왔다. 신기한 물건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곳이니 그럴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밖으로 나왔다.

광저우 고급 쇼핑몰에서 접한 다이슨의 워싱과 핸드 드라이의 일체형 수도꼭지.  /사진=최원준 지사장광저우 고급 쇼핑몰에서 접한 다이슨의 워싱과 핸드 드라이의 일체형 수도꼭지. /사진=최원준 지사장


광저우 중심에 새롭게 오픈한 대형 쇼핑몰 ‘티엔후안’으로 가자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었던 애플의 직영 플래그십 스토어가 눈에 들어왔다. 중국에선 흔하디 흔한 직영점 크기였지만 한국에선 볼 수 없는 사이즈였고, 사람들이 정말 바글바글했다.

전에 같이 일하던 직원이 지금은 애플 스토어에서 일하게 돼서 얘기를 나누었고, 그 플래그십 스토어가 중국에서 36번째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씁쓸하기까지 했다. 한국 모바일 사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한 개쯤은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직접 접해 봐야 거기에 걸맞는 모바일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맞대응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광저우 중심가에 오픈한 애플 직영 플래그쉽 스토어 모습. 중국에선 흔하디 흔한 직영점 크기였지만 한국에선 볼 수 없는 사이즈였고, 사람들이 정말 바글바글했다./사진=최원준 지사장광저우 중심가에 오픈한 애플 직영 플래그쉽 스토어 모습. 중국에선 흔하디 흔한 직영점 크기였지만 한국에선 볼 수 없는 사이즈였고, 사람들이 정말 바글바글했다./사진=최원준 지사장


방향을 틀자 테슬라 매장과 시승 이벤트 장소가 눈에 들어온다. 한국에는 이제 첫 매장이 하남스타필드에 열린다는데 중국은 이미 대도시에 매장과 테슬라 자동차가 곳곳에 자리했다. 한편으론 부러우면서도 겁이 났던 것은 차가 아니라 충전소였다.

주요 아파트와 백화점에 인접한 거리에 테슬라 충전소가 있었다. 내가 테슬라 자동차 운전석에 앉아 신기한 듯 만져보고 이것 저것 질문을 하자 프로모터가 제안했다. 그 자리에서 신청하면 시승을 한 후 마음에 들어 구입하면 집에도 충전소를 설치해준다는 설명이었다.

광저우 티엔후안내 테슬라 매장(왼쪽)과 베이징 SKP 백화점 부근의 테슬라 충전소 전경. /사진=최원준 지사장광저우 티엔후안내 테슬라 매장(왼쪽)과 베이징 SKP 백화점 부근의 테슬라 충전소 전경. /사진=최원준 지사장


우리나라의 급속 충전소 숫자는 500여개, 중국은 이미 4만개를 넘었다. 이미 인프라에서 80배 차이가 났고 2020년까지 500만개를 짓겠다고 했으니 그 격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미 지난 해부터 테슬라를 구입해서 타본 소비자가 수없이 많은 나라가 중국이다. 이미 접해본 소비자가 가득하고, 인프라인 충전소가 곳곳에 있고, 전세계 전기차 판매 1위 업체 BYD가 있는 나라 중국과 한국은 과연 어떻게 전기차 경쟁을 할 수나 있을까.

#전기차에서부터 드론, VR(가상현실), 핀테크까지… 우리가 앞서있는 것은?




드론 산업도 상당히 버거워 보인다. 세계 1위인 중국 업체 DJI 직영매장에 들러봤다. 일전에 드론 하나를 사서 집이나 회사에서 써볼까 했었는데, 구매를 포기했던 이유는 실내 사용시 운전 미숙으로 인한 충돌 사고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웬 걸!” 매장에서 DJI 중급 모델이 땅과 벽을 센서로 인식해서 거리를 유지하며 충돌을 피한다는 사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순간, 세계 1위 업체를 보유한 나라인데 어찌 보면 당연한 수준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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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보기 힘든 VR방도 곳곳에 있었다”

광저우 한 쇼핑몰 내 DJI 매장(왼쪽)과  DJI의 비행거리 5km까지 가능한 팬텀4 모델. /사진=최원준 지사장광저우 한 쇼핑몰 내 DJI 매장(왼쪽)과 DJI의 비행거리 5km까지 가능한 팬텀4 모델. /사진=최원준 지사장


사실 난 게임을 그리 즐기지 않지만, 막상 VR을 직접 해보니 정말 실감이 났다. 360도 움직이면서 벽 뒤로 몸을 숨기고 총알을 피해 다니는 재미가 상당했다. 활 쏘기 시합 역시 한판 하고 나니 상의가 땀으로 흠뻑 젖었을 정도로 몰입 강도가 높았다. 한국은 현재 5개 내외, 중국은 3,000개 VR게임방이 있다고 한다. 이미 전세계 시장은 소니, 오큘러스 그리고 중국의 HTC의 3파전 경쟁이다. 한국은 어디에서 VR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광저우 한 쇼핑몰 내 VR 게임방 입구(왼쪽)와 VR 안경을 착용하고 슈팅 게임 하는 모습. /사진=최원준 지사장광저우 한 쇼핑몰 내 VR 게임방 입구(왼쪽)와 VR 안경을 착용하고 슈팅 게임 하는 모습. /사진=최원준 지사장


쇼핑몰 몇 곳을 돌아다니면서 ‘우리나라는 어떻게 되지’하고 걱정을 하면서 밖으로 나왔다. 답답했던지 갈증이 나길래 길거리 가판대에서 생수 한 병을 샀다.

디지털과는 담을 쌓았을 것 같은 나이 지긋한 중년 여성이 생수를 건네 주면서 나에게 QR코드가 인쇄된 엉성한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난 위챗을 통해 QR을 읽어 결제했고, 내 돈은 ‘딩동’ 소리를 내며 아주머니 핸드폰으로 들어가면서 우리 둘의 거래는 깔끔하게 마무리됐다. 신용카드가 보급돼야 할 시기에 이미 모바일 페이먼트(payment) 시대로 넘어간 중국, 이미 페이먼트 시장도 우리를 멀찍이 앞서 있다.

‘찬음료’라고 적혀 있는 QR코드 종이. QR을 읽고 위챗 비밀번호 6자리를 넣으면 상대방 계좌로 실시간 이체 가능하다 /사진=최원준 지사장‘찬음료’라고 적혀 있는 QR코드 종이. QR을 읽고 위챗 비밀번호 6자리를 넣으면 상대방 계좌로 실시간 이체 가능하다 /사진=최원준 지사장


사실 최근 한국과 중국의 격차를 느껴서 혼자 자존심 상하고 마음이 쓰려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차고 넘친다.

이번 첫 회는 향후 미래 전략 사업에 해당하는 전기차, 드론, VR은 물론 길거리 노점상마저 사용하고 있는 모바일 핀테크를 살짝 살펴보면서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과연 한국의 IT가 중국을 앞서고 있는가?

아니면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중국의 IT가 한국을 앞서고 있는가?“

그리고 후자라고 생각하시는 독자와 중국사업을 하시는 분들에게 다음 질문을 던지고 싶다.

“한국 상품을 들고 중국에 들어갈 것인가?

아니면

앞선 중국 상품을 들고 한국에 들어올 것인가?“

/최원준 펑타이코리아 지사장 wonj.choi@cheilpengtai.com


최원준 펑타이코리아 지사장최원준 펑타이코리아 지사장


최원준 지사장은?

현재 제일기획 디지털 마케팅 자회사인 펑타이의 한국 지사를 맡고 있다. 고려대 중문과와 SUNY Buffalo MBA를 졸업한 한국 온라인 1세대로 라이코스 코리아(서울), MTV ASIA(싱가폴), 싸이월드 차이나(베이징)와 펑타이 본사 베이징과 광저우에서 근무후 지금은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갈 사람 여기 붙어라’ 등이 있다. 최근에는 중국 생활 10년의 경험에서 느꼈던 대륙의 정보기술(IT) 역동성을 많은 기업인들과 나누는 한편 21세기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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