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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컬처]禁韓令…악몽이 된 차이나드림

中 사드 보복 전방위 확대로

무리한 대형투자 나선 제작사

수출길 막혀 고사 위기 직면

제작비 줄이는 방법 모색해야

금한령으로 드라마 제작 현실 더욱 어려워진 현 상황

스타 배우, 작가 등 제작비 거품 줄이는 방법 등 모색해야

한류 비즈니스의 ‘차이나 드림’은 뜨겁게 달아오른 속도만큼 빠르게 싸늘해졌다.

2015년 12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공식 발효되면서 한류 비즈니스는 최대 수혜자로 꼽혔다. 중국 자본의 국내 엔터테인먼트사에 대한 지분 인수 등 투자가 봇물을 이뤘고, 한류 산업은 어느 한 나라의 주도가 아닌 양국 협력 형태로 가는 것이 이상적 지향점인 듯 보였다. 그러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 이후 중국 정부의 한국드라마와 한류스타에 대한 보복인 ‘금한령(禁韓令)’이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한류 비즈니스는 고사위기를 맞고 있다. 한중관계의 최대 수혜자에서 최대의 피해자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한류 비즈니스의 ‘차이나 드림’도 순식간에 ‘차이나 악몽’으로 돌변하고 말았다.

◇드라마 수출길 막혀= 특히 드라마업계가 가장 치명타를 입고 있다. 중국 시장을 주요 수출 타깃 시장으로 설정하고 영화 블록벅스터 제작비에 해당하는 100억원 이상을 투입한 대작 드라마를 만들었지만 하반기부터 교묘하게 한류를 옥죄고 있는 중국 정부의 ‘금한령’에 따라 수출길이 막힌 것. 중국 시장을 보고 ‘함부로 애틋하게(제작 삼화네트웍스·IHQ)’, ‘보보경심 려 : 달의 연인(바람이분다)’, ‘푸른 바다의 전설(문화창고·스튜디오 드래곤)’, ‘사임당, 빛의 일기(그룹에이트 ·엠퍼러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등이 100억~200억원이라는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한 대작을 제작했지만 중국 시장에서 성공한 건 ‘금한령’ 이전 방송된 ‘태양의 후에’ 단 한편에 불과하다. ‘함부로 애틋하게’는 한중 동시 방송됐음에도 ‘금한령’으로 인해 부가 수익 등을 기대할 수 없었으며, ‘푸른 바다의 전설’은 중국에 판매되지 못한 채 국내에서 방송 중이며, ‘사임당’은 중국 정부의 방송 허가를 기다리느라 국내 방송마저 내년 초로 늦춘 상태다.


◇무리한 대형투자가 남긴 상처=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면 제작비의 수십 배를 거둬들일 수 있다는 계산으로 드라마 제작사들은 그동안 블록버스터 영화급으로 제작비를 키워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영화는 주로 플랫폼의 한계 등으로 국내 시장에서 소비되지만 드라마는 영화보다는 플랫폼이 다양한 데다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한류 시장에서의 인기가 높은 탓에 한류스타, 톱스타 작가, 화려한 볼거리 등을 갖추면 가장 ‘핫한’ 상품이 되기 때문에 이같이 막대한 제작비를 아끼지 않고 투자한 것. ‘태양의 후예’ 130억원, ‘함부로 애틋하게’ 100억원, ‘달의 연인’ 150억원, ‘푸른 바다의 전설’ 220억원, ‘사임당’ 216억원 등에 영화 제작급 자본이 투입됐다. 16부작을 기준으로 드라마 한 편당 50억~70억원 가량이 들어가는 것과 비교해 최고 4배가량 높은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초에는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기 때문에 투자금을 무리하게 끌어서라도 제작만 하면 크게 벌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가뜩이나 한류 스타, 스타 작가들의 개런티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몸값’이 더욱 높아져 제작비가 급격하게 올라간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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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들 중국종속 심해져= 한류 비즈니스의 중국에 대한 종속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국내 대형 제작사 및 지상파 방송사는 중국 자본 유치와 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CJ E&M의 경우는 올해 초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 상속자들’을 제작하고 김은숙이라는 톱스타 작가가 소속된 화앤담픽쳐스를 300억원에, 배우 전지현, 조정석, 톱스타 작가 박지은인 소속된 문화창고를 350억원에 각각 인수하는 등 국내뿐 아니라 한류 시장을 겨냥해 몸집을 불렸다. 또 KBS는 자회사 KBS미디어, KBSN과 함께 콘텐츠 전문 제작사 ‘몬스터유니온’을 설립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중국 등 외국 자본을 KBS가 직접 유치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몬스터유니온’을 설립해 우회적으로 해외 자본을 유치하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드라마 제작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KBS가 해외 자본의 투자를 받지 않으면 안된다는 위기감이 높았다”며 “중국에 열린 한 방송 관련 마켓에서는 KBS의 관계자들이 중국 자본을 유치할 테니 적극적으로 투자해달라고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중소 엔터사, 치명적 피해= 대형 제작사뿐 아니라 중소형 제작사도 타격이 만만치 않다. 중국 시장을 겨냥해 작가, 배우 등을 섭외해서 진행하던 작품들이 잇달아 전면 중단됐기 때문이다. 중소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가수의 공연은 그나마 단기적 계획이 가능하지만 드라마는 이보다 장기계획이 필요한데 ‘금한령’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리스크를 감수하고 제작 계획을 세울 수 없다”며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고, 해외 진출만이 성장 모델인데 걱정”이라고 말하며 한숨을 토했다. ‘금한령’으로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드라마 제작에 거품을 걷어내자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스타 배우 및 작가를 제외하고 대우가 열악한 국내 드라마 제작 현실에서 대외 이슈에 민감한 중국 한류 시장에서의 ‘성공 기대감’만으로 제작비를 키울 것이 아니라 ‘합리적 제작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자는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타 작가와 배우들은 회당 1억 원 이상을 개런티로 받는 경우가 많다”며 “중국 등 한류 시장에서의 성패를 모르는 상태에서 베팅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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