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日 재무장과 한국의 운명

정석화 미국 유타대 건축학과 교수·소설 '위대한 대한민국' 저자



일본은 미국을 상대로 기습 공격해 5년이나 세계대전을 치른 적이 있다. 조그만 섬들로 구성된 나라가 대국 미국과 전쟁할 수 있었던 힘은 한반도와 대만을 식민지로 만든 데에서 기초가 형성됐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미국이 일본을 재무장시켜 그때처럼 만들려 한다는 전망이 있고 트럼프 자신도 선거 전후로 군비 분담의 불공평을 들면서 비슷한 언질을 한 적이 몇 번 있다. 지금 미국과 일본에서는 트럼프가 집권하면 일본을 재무장시키느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는 복잡한 경제이론 같은 것을 쉽게 자기식으로 해석하고 곧바로 돈이 되는 사업에 몰두하는 매우 현실적인 기업가다. 선거 결과가 나오자마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가장 먼저 만나자고 해 기꺼이 만났다. 무슨 이야기가 오갔을까 하는 의문이 세계의 관심거리가 돼 있다. 또 대만 총통과 통화하고 한국 대통령과도 진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왜 트럼프가 아베를 기꺼이 만났을까. 트럼프는 선거공약으로 막대한 사업을 내걸었다. 감세, 인프라 구조물 재건, 병원 증축, 불법 이민자 즉시 추방, 멕시코 국경에 장벽 건설, 방위비 인상, 중국과의 통상마찰 등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돈이 모자란다. 일본은 엄청난 외환 보유국이고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가진 나라다. 아베의 면담 요청을 받았을 때 트럼프에게는 일본의 경제력이 돋보였을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일본을 재무장시켜 중국을 견제하면 미국은 방위비를 줄일 수 있고 2선에 물러앉아 ‘위대한 미국’을 찬양할 수 있다. 물론 일본이 강해져 2차 세계대전처럼 미국을 겨눌 가능성도 있지만 트럼프 당대에 그런 염려는 없을 것이다. 중국과 일본은 역사적으로 수백 년간 적대 관계를 지속했다. 임진왜란, 청일전쟁, 2차 세계대전 등으로 절대로 친밀한 관계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하다. 러시아와 일본의 관계도 비슷하다. 러일전쟁 때 조그만 일본에 몰락했다는 것은 대국 러시아에는 받아들일 수 없는 치욕이다. 또 2차 대전 후에 빼앗겼다고 주장하는 섬의 일본 반환을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다. 트럼프에게는 이 모든 적대 관계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일본이 자력으로 군비를 증강하고 극동 지역에서 미국을 대신해 강자로 부상해 미국의 제일선 방위를 담당할 것이다.


공산당 마오쩌둥의 쇄국 중국을 개방시켜 오늘날 세계 대국으로 성장시키는 데 크게 기여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일본의 재무장은 필연적이라는 말을 일찍이 한 적이 있다. 물론 이제 일본의 재무장에는 핵무장이 포함된다. 한국의 운명은 어떤가. 트럼프나 아베는 한국의 독립 같은 데에는 관심이 없다. 자기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여기도 넣고 저기도 넣는 비운을 피하기 어렵다.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한국과 대만을 일본의 핵우산에 넣는 것이 훨씬 편할 것이다.

관련기사



세계 정세가 2차 대전 때와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중국이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대강국이 됐고 한반도는 남과 북이 갈려 있다는 점이다. 모든 것이 우리에게는 매우 불안한 요소들이다. 한말의 비운이 되풀이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세계가 급변하고 가공할 핵 폭발의 위험은 날로 높아지고 있는데 우리는 촛불 청문회, 무정부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석화 미국 유타대 건축학과 교수·소설 ‘위대한 대한민국’ 저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