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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당신, 거기’ “국민 첫사랑, 김옥빈 동생 아닌 ‘배우 채서진’으로 불리고 싶어요”

2016년 12월, 관객들은 스크린을 통해 앞으로 한국영화계를 이끌어갈 새로운 배우의 탄생을 목격한다. 영화 ‘커튼콜’에서는 입을 열면 주체못할 사투리가 폭발하듯 튀어나오는 걸그룹 출신 배우 ‘슬기’를 연기했고,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는 국내 최초 여자 돌고래 조련사이자 첫사랑의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연아’를 연기한 배우 채서진이 그 주인공이다.

12월에 두 편의 영화에 동시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지만 아직도 ‘채서진’이라는 이름은 관객들에게 낯설다. 하지만 배우 김옥빈의 여동생으로 한 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신인배우 ‘김고운’을 기억하냐고 하면 고개를 끄덕일 관객은 제법 많을 것이다. 김옥빈의 동생 ‘김고운’은 이제 ‘채서진’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배우로 출발을 알렸다.

배우 채서진이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오훈 기자배우 채서진이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오훈 기자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가 개봉하고 난 이후 배우 채서진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게 됐다. 채서진은 영화가 개봉한 이후에도 연일 전국을 돌며 무대인사 일정을 소화하느라 감기까지 걸렸지만, 그래도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관객에게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를 소개하기 위해 전력을 다 하고 있었다.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 채서진은 국내 최초 여자 돌고래 조련사이자 1985년 ‘수현’을 연기한 변요한의 연인이자 첫사랑인 ‘연아’를 연기한다. 영화 속 ‘연아’의 모습은 그야말로 모든 남성들이 한 번 쯤 꿈꿀 완벽한 첫사랑의 이미지를 갖추고 있다. 아름다운 외모와 성격부터, 어린시절 아버지와의 불화로 인해 ‘결혼’이라는 현실에서 도망치려는 연인을 보듬어주는 자상하고 지고지순한 마음씨까지 너무나 아름답다.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잘 알려진 것처럼 프랑스 소설가 기욤 뮈소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사실 원작에서 ‘연아’의 캐릭터인 ‘엘리나’는 수의사로 등장하지만 영화에서는 돌고래 조련사로 등장하며 ‘연아’의 캐릭터를 한층 더 잘 살려준다. 뿐만 아니라 30년 전 중요한 분기점인 ‘엘리나의 자살’도 영화에서는 비극적인 사고로 바뀌며 ‘연아’의 캐릭터를 만들어주는 요소가 된다.

“원작소설에서는 수의사, 영화에서는 돌고래 조련사로 동물을 사랑하는 이미지를 통해 연아의 따뜻한 성격을 부각시키는 점은 소설과 영화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최초의 여성 돌고래 조련사’라는 직업으로 바뀌면서 연아의 캐릭터가 한층 능동적이 됐어요. 뭔가를 최초로 시도한다는 것은 그만큼 큰 용기와 노력이 따르는 것이니까요.”

배우 채서진이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오훈 기자배우 채서진이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오훈 기자


배우 채서진이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오훈 기자배우 채서진이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오훈 기자


“소설에서 엘리나는 실연의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하지만, 영화에서 연아는 한 번 더 수현을 기다려보려고 하다 사고를 당해요. 전 이런 각색이 정말 좋았어요. 연아는 자신을 강하게 어필하고 드러내려고 하기보다는 언제나 한 발 뒤에서 자신만의 길을 꿋꿋이 가면서, 수현을 이해하고 부드럽게 배려하며 관계를 리드해온 친구거든요. 그래서 이런 각색이 ‘연아’의 캐릭터를 한결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만들어간다고 생각했어요.”

채서진이 바라본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의 ‘연아’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인물이었다. 다정다감하고 어떨 때는 바보 같이 착하고 순진해보이지만, 자신이 선택한 길에 대해서는 한 번의 흔들림 없이 끝까지 그 길을 곧게 걸어갈 수 있는 인물. 그런 ‘연아’의 모습은 이제 막 ‘배우’라는 길에 접어든 채서진하고도 많이 닮아있었다.


“30년 후의 제 모습에 대해 장담할 수는 없지만 계속 배우를 하고 있을 것 같아요.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일 수록 배우는 멋있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커튼콜’에서 전무송 선생님을 뵙고 그걸 더욱 느꼈어요. 주름 하나하나에 세월의 흔적들이 새겨져 있는데, 가만히 계신데도 쳐다보면 힘이 있으세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배우로 저렇게 늙는다면 늙어도 늙는 것이 아니겠구나. 배우라는 직업을 계속 하며 나이가 든 제 모습이 너무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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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서진이 ‘김고운’이라는 예쁜 본명 대신 예명을 택한 것도 ‘배우’가 되기 위한 과정이었다. 배우로 활동하기 전부터 ‘김옥빈 동생’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됐고, ‘김옥빈 동생’이라는 말 대신 ‘배우 채서진’이라는 이름으로 제대로 평가를 받고 싶은 마음에 ‘김고운’이라는 본명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 예명을 선택한 것이다.

배우 채서진이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오훈 기자배우 채서진이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오훈 기자


배우 채서진이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오훈 기자배우 채서진이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오훈 기자


“언니가 절 너무 예뻐하고, 무엇보다도 저와 같은 길을 걷는 선배가 같은 집에 살고 있다는 점은 너무나 좋아요. ‘김옥빈 동생’이라는 타이틀이 싫은 것은 아니에요. 저도 너무 언니를 좋아하고, 제가 만약 배우를 안 한다면 ‘김옥빈 동생’이란 말을 좋아했을 거에요. 근데 제가 배우라는 직업을 택하게 된다면 ‘김옥빈 동생’이라는 말에서 조금 분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를 마친 후 채서진에게는 새로운 수식어가 붙었다. ‘국민 첫사랑’이라는 별명이다. 이 호칭은 바로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수지를 지칭하는 단어이기도 했다.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가 아직 ‘건축학개론’만큼 흥행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지만,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채서진이 연기한 ‘연아’의 이미지가 ‘국민 첫사랑’이라는 표현에 정말 잘 어울린다는 것을 차마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영화가 개봉한 후에 저보고 ‘국민 첫사랑’이라고 해주는 분도 계시고, ‘차세대 20대 여배우’라고 해주는 분도 계세요. 근데 가급적 그런 수식어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들었을 때도 사실 기분이 좋기보다는 오히려 부담만 되더라고요. 영화 속에서 ‘연아’로서 예뻐보이는 것이 제 역할이고, 전 그 연기에 최선을 다하려고 했어요. 단지 그것 뿐인데 그로 인해 ‘국민 첫사랑’과 같은 말을 듣는 것은 부담이 되요. ‘국민 첫사랑’보다는 ‘배우 채서진’으로 봐주셨으면 해요.”

배우들을 인터뷰하다보면 아직은 무명이나 신인이지만, 언젠가는 분명 스크린을 주름잡는 스타가 될 것이라는 좋은 예감을 주는 배우가 있다. 채서진이 바로 그런 배우였다. 이제 막 스크린에 발을 들인 신인배우지만, 벌써 채서진의 눈은 당장 다음 작품이 아닌 10년 후, 20년 후, 그리고 멀게는 ‘커튼콜’의 전무송 배우처럼 얼굴 가득 세월의 각인이 드리워진 주름을 가진 채 삶을 그려내는 대배우처럼 되고 싶다는 꿈이 가득했다. 앞으로도 계속 채서진 배우의 성장을 지켜보고 싶어졌다.

배우 채서진이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오훈 기자배우 채서진이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오훈 기자


“언젠가는 사극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어린시절부터 정말 사극을 좋아했거든요. 내가 살아보지 않은 시대에서 완전히 다른 인물을 연기해보면 너무나 재미날 것 같아요. 사극은 특히 배우로서 호흡과 발성이 잘 되어 있어야 할 수 있는데, 저도 언젠가 경험이 쌓이면 그런 역할을 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요. 기회가 된다면 새로운 시대가 열리면서 서양문물이 들어오던 개화기 시절을 배경으로 한 사극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배우라는 직업이 기다림이 많은 직업이다보니 짧게 가지는 목표는 무의미한 것 같아요. 그래서 20대에는 배우로 다양한 작품을 하며 경험을 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그리고 30대에 접어들면 20대의 경험을 바탕으로 ‘배우’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원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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