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비주류 의원 30명가량이 27일 집단탈당 및 분당을 공식 선언할 예정인 가운데 ‘개혁보수신당(가칭)’이 국민의당(38석)을 제치고 원내 3당으로 등극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에서는 △지역구 민심 △비례대표 의원에 대한 출당 조치 여부 △정책 노선을 둘러싼 이견 등을 보수신당의 원내 지위를 가늠할 3대 변수로 지목하고 있다.
보수신당 창당추진위원회 대변인인 오신환 의원은 26일 오전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어 “30명 안팎의 의원들이 27일 탈당 선언을 할 것”이라며 “분당을 선언한 것은 수구적이고 패권적이며 밀실적인 새누리당의 모습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새누리당 비주류 측은 지난 21일 총 35명의 의원이 탈당을 결의했다고 밝혔는데 이 숫자가 점점 감소해 분당을 하루 앞둔 현재 30명 정도까지 줄어든 것이다.
비주류 일부 인사들이 분당의 취지에는 십분 공감하면서도 선뜻 결행에 나서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역구 여론 때문이다. 27일로 예정된 1차 탈당에는 동참하지 않기로 한 심재철(안양 동안을), 강석호(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의원 등이 여기에 속한다.
강석호 의원 측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대통령과 친박계를 비판하면서도 보수의 분열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지역 당심과 민심이 상당하다”며 “추후 새누리당이 제대로 된 대선 후보조차 못 내는 ‘불임정당’으로 전락하면 보수 세력이 자연스럽게 신당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례대표 의원들의 탈당 대열 가세 여부도 보수신당의 원내 지위를 결정지을 변수 중 하나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비례대표는 스스로 당을 떠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대신 당 윤리위원회가 제명 결정으로 출당 조치를 내릴 경우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
초선 비례인 김현아 의원은 일찌감치 탈당 의사를 밝혔지만 새누리당이 세(勢) 약화를 감수하면서 출당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1차 탈당 동참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
김현아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친박 의원 중 한 명이 직접 연락이 와서 ‘우린 출당 조치를 해줄 생각이 없는데 마음을 바꿀 의향이 없느냐. 나가서 과연 견딜 수 있겠느냐’며 회유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출당 조치가 안 이뤄지면 탈당은 힘들겠지만 그렇더라도 새누리당 내에서 거수기 노릇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정치적 소신은 꾸준히 견지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책노선을 둘러싼 이견도 탈당 규모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승민 의원이 경제 분야에서 ‘좌(左)클릭’ 기조를 주도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심재철 의원 등 일부 인사들은 보수의 근본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유 의원이 회의에서 결정되지 않은 부분을 언론에 얘기하는 건 문제”라며 “정강·정책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총론을 모은 뒤 공개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수신당 창당추진위는 27일 분당 선언 직후 의원총회를 소집해 원(院) 구성과 원내대표 선출 일정 등을 논의하기로 했으며 공식 창당일은 다음달 24일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