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6년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기술전문가들이 운반용 드론을 꿈꿀 때, 건설업계 기업들은 수십억 달러를 절약해줄 수단으로 드론을 주시하고 있다.
글로벌 건설 산업은 약 85억 달러의 규모를 자랑하지만, 효율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지는 않다. 영국의 그린빌딩위원회(Green Building Council)의 추산에 따르면, 건설부지로 운송되는 원자재 중 약 15%는 일정 및 구매관리 오류로 폐기되고 있다. 미국 건축가협회는 건설 관련 폐기물이 국내 고형폐기물의 25~40%를 차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미국 내 건설 분야 지출액이 1조 1,300억 달러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폐기처리로 인한 손실액은 총 1,600억 달러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미국만 고려한 금액이다). 트리스탄 랜들 Tristan Randall은 이 정도 규모라면, 건설업 내 효율성을 조금만 높여도 수십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오토데스크 Autodesk에서 전략프로젝트 총괄책임자로 근무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샌 라파엘 San Rafael에 위치한 이 기업은 디자이너들을 위한 오토캐드 디자인 소프트웨어를 생산한다. 전 세계 디자이너들은 사무실 가구에서 빌딩, 비행기 부품까지 모든 견본 작업에 이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 오토데스크는 세계 최대 빌딩정보모델링(BIM) 소프트웨어 제작사이기도 하다.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건축가들은 자신이 창조하고자 하는 물리적인 대상물의 디지털 견본을 제작하는 데 이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고 있다.
오토데스크는 하드웨어를 만들지 않는다. 그건 고객사들의 작업 영역이다. 그러나 건설사들이 무인항공수단(드론)을 이용해 그 동안 버려지던 수십억 달러를 회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소프트웨어 제작업체 오토데스크는 하드웨어 혁명의 최전선에 서게 됐다. 랜들은 “우리의 비전은 기본적으로 모든 건설 부지에 드론을 띄우는 것이다. 이는 지극히 실현 가능한 구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랜들뿐만이 아니다. 건설업계는 이제 막 태동한 상업용 드론 산업의 핵심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2020년쯤이면 드론 산업규모가 5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 믿고 있다. PwC는 현재 가치를 기준으로 약 1,270억 3,000만 달러에 달하는 노동 및 서비스가 드론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추산하고 있다. 인프라 및 건설산업은 그 중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건설업자들에게 투자수익률은 매우 단순 명료한 문제다. 드론은 유인항공기에 비해 운영 비용이 저렴하고 인간 측량사보다 훨씬 신속하다. 데이터도 더욱 자주 수집할 수 있다. 그 덕분에 건설근로자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확하게 부지 진척 상황을 기록할 수 있다. 적절한 컴퓨팅 도구를 갖추고 있다면, 건설업자는 센서 데이터를 3D구조 견본, 지형도, 용적측량(모래, 자갈 같은 고가 자원의 비축량 감시에 유용한 수단) 등으로 변환할 수 있다. 종합적으로 이러한 정보를 통해 건설회사는 보다 효율적으로 작업부지에 자원을 배치하고, 쟁점이 될 만한 문제를 최소화 할 수 있다. 비용을 절약하고 지연도 방지할 수 있다.
센스플라이 senseFly, 드론디플로이 DroneDeploy, 스카이캐치 Skycatch 같은 다수의 IT 기업들이 이 성장하는 시장을 겨냥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토미슬라브 지고 Tomislav ?igo는 “제품을 보면 아쉬움이 큰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가 가상 설계 및 건설 책임자로 일하는 클레이코 Clayco는 시카고 소재 기업으로, 작업 현장에서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특히 처리와 분석 부문에서 취약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소프트웨어 업계가 우리에게 솔루션을 제공해 줄 필요가 있다. 그들은 시류에 빠르게 편승해 데이터만 던져줬다. 하지만 처리할 시간도 없이 쌓여만 가는 데이터는 건설 프로젝트에선 정말 쓸모가 없다.”
지난해 오토데스크는 이러한 간극을 좁히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작년 11월 건설산업 용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 스카이캐치에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정확한 투자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리고 뒤이어 지난 6월에는 3D 로보틱스 3D Robotics에 투자를 진행했다. 두 기업은 건설 환경을 스캔해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직접 전송하는 기능이 장착된 특수 드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오토데스크는 클라우드 기반의 자체 플랫폼 포지 Forge도 개발했다. 고객들이 신속하게 데이터를 얻고 다룰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실리콘밸리 안팎의 기술전문가들이 볼 때 데이터 종단간의 흐름(end to-end data flow)과 관련된 개념은 최첨단이 아니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선 상당한 진전을 의미한다. 오토데스크의 드론 이니셔티브 기획자 도미니크 폴리켄 Dominique Pouliquen은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의미를 추출하기 위해 고객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데이터가 무엇인지 함께 배워나가는 단계다. 앞으로 알아나가야 할 부분이 너무나도 많다”
스카이캐치의 CEO 크리스티앙 산즈 Christian Sanz는 “경쟁력 있는 건설회사들이 마냥 기다리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거품은 빠지고 투자수익률(ROI)은 그 진면목이 드러나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건설업계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CLAY DILL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