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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패신저스']SF+러브스토리...두 남녀의 흥미진진한 우주여행



사랑이 우리 삶의 목적 그 자체일 수 있는 것은 시공을 초월한 진리일지도 모른다. 영화 ‘패신저스’는 공상과학(SF) 블록버스터라는 외피를 둘렀지만 ‘오직 사랑만이 살아가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러브스토리다. 또한 과학의 발달에 따라 일과 문명사회에서 소외되지만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개척지로 향하는 사람들의 의지는 휴먼 스토리에 가까우며, 이들에게서는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미국으로 건너온 유럽인의 이주 역사도 오버랩돼 ‘미래역사’로도 해석된다.

영화의 배경은 동면 상태의 승객 5,000명과 승무원 258명을 태운 우주선 아발론호. 이들은 우주에서 가장 문명이 발달한 지구이지만 빈곤과 환경 오염으로 살기 힘든 세상이 된 지구를 떠나 새로운 삶을 약속하는 행성 ‘터전Ⅱ’에서 살기 위해 엄청난 돈을 내고 아발론 호에 탑승한다. 탑승객들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이제는 지구에서는 쓸 모 없게 된 직업을 가진 정원사, 엔니지니어 등이거나 새로운 글을 쓰려면 새로운 경험을 해야 한다고 믿는 작가이거나. 동면 상태로 120년이 흐르면 이들은 ‘터전Ⅱ’에 도착하게 되며 원하는 삶을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오류로 짐 프레스턴(크리스 프랫)은 90년 먼저 동면에서 깨어난다. 우주선에서 홀로 깨어있는 그는 ‘혼밥’, ‘혼술’ 그리고 ‘혼놀’을 하는 우주에서 가장 외로운 남자가 되는데, 그런 삶에 지쳐갈 즈음 오로라 레인(제니퍼 로렌스)도 동면에서 깨어난다.



이제 우주선에서 깨어있는 사람들은 둘뿐이다. 짐은 자신이 우주선을 타게 된 이유를 지구에서는 기계가 고장나면 고쳐 쓰지 않고 새로 산다며 자신이 지구에서는 쓸모 없는 존재가 돼 가는데 ‘터전Ⅱ’라는 개척행성은 모든 것이 처음이니 엔지니어가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오로라에게 털어놓고, 오로라는 지구에서는 단 한 순간도 외롭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고백하고 이들은 점차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연인이 된다. ‘세상에서 우리 둘뿐’이라는 말은 보통의 상황에서는 로맨틱하게 들릴지 몰라도 정작 우주에서 둘뿐이 된다는 것은 공포인 까닭에 마냥 행복하지는 않다. 급기야 지구에서도 연인들이 겪기 마련인 필연적인 갈등은 우주선에서도 벌어진다. 짐이 숨겨놓은 엄청난 비밀이 드러나면서 둘 사이는 파국으로 치닫고, 설상가상으로 우주선도 알 수 없는 오류로 인해 무중력 상태가 된다. 그리고 짐과 오로라뿐 아니라 잠든 승객 모두가 위험에 처한다.


영화에 실제로 등장하는 인물은 네 명 정도이며 이야기 구조도 단순해 보인다. 그래도 ‘패신저스’의 시나리오는 2007년부터 할리우드에서 영화화되지 않은 시나리오 중 가장 매력적인 시나리오로 꼽히던 작품일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우주에 둘만 남게 된 남녀의 사랑과 팽팽한 긴장감을 예리하게 표현해 몰입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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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신저스’는 SF 블록버스터라는 장르에 대한 기대감 역시 충족시킨다. 그러나 ‘인터스텔라’, ‘마션’, ‘그래비티’ 등 우주를 소재로 한 작품과는 달리 우주 공간은 두려운 미지의 세계가 아닌 부드럽고 포근한 세계로 관객들의 눈앞에 펼쳐놓는다. 또 우주선의 동력을 맡고 있는 원자로가 폭발하고 중력이 소실되는 재난상황도 흥미진진한 스펙터클로 재현했다. 아발론호 속의 광대한 동면 장소와 광장은 컴퓨터그래픽(CG)이 아닌 미국 애틀란타의 4만㎡에 달하는 부지를 조성해 세트로 제작된 실물이라는 점도 놀랍다. 1월4일 개봉.

사진제공=UPI코리아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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