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시장의 외형은 성장했지만 흥행, 제작비, 톱배우의 다작 출연 등 편중 현상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올해 개봉 한국영화 300여 편 가운데 ‘부산행’(1,156만 명), ‘검사외전’(970만 명), ‘밀정’(750만 명), ‘터널’(712만 명), ‘인천상륙작전’(705만 명), ‘럭키’(697만 명), ‘곡성’(688만 명), ‘덕혜옹주’(560만 명), ‘아가씨’(428만 명), ‘귀향’(367만 명) 등 상위 10편이 한국영화 전체 관객의 약 70%를 차지했다. 또 ‘티켓 파워’있는 배우들에게 작품이 몰리는 등 ‘캐스팅 편중’도 뚜렷했다. 특히 황정민은 올해 개봉한 ‘검사외전’, ‘곡성’, ‘아수라’ 등에, 강동원은 ‘검사외전’, ‘가려진 시간’, ‘마스터’ 등에, 하정우는 ‘터널’, ‘아가씨’ 등에 잇달아 출연했다.
올해는 유난히 국내 영화계에서는 다뤄지지 않던 B급 소재와 ‘아웃사이더 정서’가 통했다. 특히 좀비와 샤머니즘에 오컬트 요소까지 녹여낸 ‘곡성’의 성취는 놀랍다. 독특한 소재와 파격적인 연출에 해외직배사인 이십세기폭스사가 제작에 나선 것도 한국 영화 제작 환경의 변화를 예고하는 시그널이라는 평가다. 또 ‘곡성’은 신들린 어린 아이 효진의 “뭣이 중헌디”라는 대사가 유행어가 돼 전국을 강타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박찬욱 감독은 ‘아가씨’로 여성 동성애물로 금기에 도전했으며, ‘부산행’은 할리우드 B급 영화의 주요 소재인 좀비를 내세워 한국형 좀비물의 가능성을 열었다.
‘여혐’ 논란이 문화계를 강타한 올해 여배우와 여성감독의 활약이 두드러진 점 또한 눈에 띈다. 특히 원로배우 윤여정은 ‘죽여주는 여자’로 제10회 아시아태평양 스크린 어워즈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는 등 국내외 각종 영화제를 휩쓸었다. 또 손예진은 ‘덕혜옹주’로 ‘인생연기’를 펼치며 한국영화계에서 여배우로서 존재감을 높였다. 여성 감독으로는 영화 ‘미씽 : 사라진 여자’의 이언희 감독,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의 홍지영 감독, ‘비밀은 없다’의 이경미 감독 등이 주목받았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사회 비판 영화들에 관객의 발길이 늘었다. 4년 전 기획된 시나리오지만 현 시국과 놀랍도록 닮은 ‘판도라’. 외압설 등 험난한 과정 끝에 개봉한 이 영화는 관객 400만명을 돌파했다. ‘판도라’보다는 가볍게 사회의 부조리를 건드리는 ‘마스터’도 개봉 시기를 조율하다 연말로 결정했으며 내년에도 ‘더 킹’, ‘택시운전사’, ‘특별시민’, ‘꾼’ 등 사회성 짙은 작품들이 대거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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