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인사이드 스토리] 해 넘긴 인사에 감정교차하는 기업들…

영업 부진따라 대폭 인사 예상 속

인사 내년 2~3월로 넘어가면서

일부 임원들 안도감 드러내기도



삼성과 현대차·롯데 등 주요그룹의 임원인사가 해를 넘기면서 해당 기업 임직원들은 사이에는 불안과 뜻밖의 안도(?)가 공존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강도 높은 검찰 조사 및 국정조사, 그리고 일부 기업은 특별검사 조사까지 받으면서 임원인사가 길게는 두 달 이상 연기되고 있는 실정. 올해 주요 그룹들은 공교롭게도 경영 실적이 썩 양호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큰 폭의 인사가 예상됐다. 그러나 인사 시기가 미뤄지면서 일각에서는 일시적이나마 극도의 긴장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연말 인사에서 직장을 떠나 우울한 정초를 맞이하는 최악의 상황에서는 일단 비켜날 수 있는 탓이다.

삼성그룹이 대표적이다. 삼성은 매년 12월 첫째주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올해를 마무리하고 내년 전략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올해 임원인사는 내년 2월이나 늦으면 3월은 돼야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최순실 사태로 압수수색에 검찰조사·국정조사 등으로 각종 현안을 처리하면서 인사 대상자들에 대한 검토 작업을 진행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특히 특검이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선결조건과도 같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집중 수사를 벌이면서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120일간 진행되는 특검 조사 기간이 길어지고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3월께 인사가 날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올해 갤럭시노트7 충전 중 화재 발생 사고로 4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입었다. 메모리 반도체 부문이 선전하면서 손실을 만회했다고 하지만 연말 임원인사에서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삼성그룹의 주요 계열사들 역시 실적이 썩 양호한 편은 아니다. 임원 인사가 늦어지면서 내년 갤럭시S8로 반등의 기회를 잡아야 하는 삼성 입장에서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사정은 비슷하다. 현대차는 이미 임원 연봉 10% 삭감을 발표하면서 긴장감이 팽배해 있다.


그룹 안팎에서는 당초 예년처럼 26~28일께 임원인사가 있을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이달 초 정몽구 회장이 검찰 조사와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실무진이 관련 업무에 집중하느라 임원 인사 대상자들에 대한 검토작업이 상당히 늦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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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이례적으로 현대차·기아차·모비스 등 일부 계열사들에 대해 부장급 이하 임원인사만 먼저 분리 인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연초 판매 목표였던 813만대 달성이 요원한 상태다. 지난 11월까지 706만대를 기록 중이다. 국내 판매 부진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로 인해 현대차는 이례적으로 연중 국내영업본부장을 교체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말 판매 부진에 대한 문책성 인사 폭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인사 시기가 연기돼 일부 임원들은 안도하는 모습”이라며 “하지만 내년 전략 등을 수립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 임원들 역시 그 어느 해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당초 12월 예정이었던 임원인사는 내년 1월 설 연휴 이전에 발표될 것으로 관측된다. 올여름까지만 하더라도 11월쯤 정기인사를 단행할 계획이었다. 올 상반기 비자금 이슈 등을 이유로 롯데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검찰 수사가 이어졌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연루 의혹으로 어려운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올해 창사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의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쇄신안에 따라 조직개편안도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

CJ그룹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당초 지난 1일로 임원인사 발표시기를 잡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이달 말 임원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기존 임원들에 대한 인사가 몇 개월 전에 있어서 연말 인사에선 신임 임원(상무대우)에 대한 승진 인사 위주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내년 상반기 공식 경영 복귀를 앞두고 있는 이재현 회장의 ‘오너 경영’ 강화 차원에서 큰 폭의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이 회장 부재 속에 비상체제로 운영해왔던 조직이 많아 자리 이동폭이 클 것이라는 예상이다.

인사가 내년으로 넘어간 한 대기업 계열사 임원은 “교체가 예상된 일부 임원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온 신경이 집중된 상황이라 실제로 진행하는 업무 없이도 몇 달을 더 근무하는 것”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늦어진 임원인사로 사업 계획을 잡기 어렵고 이로 인해 각 기업들의 내년 실적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 싱숭생숭한 마음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일범·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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