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을 통해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는 문제를 놓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비문(비문재인) 세력이 맞붙는 양상이다. 문 전 대표가 ‘임기 단축’ 개헌 논의에 대해 대선을 앞둔 정치공학적 술수라고 치부하며 반대했지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물론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 야권 대선주자까지 임기 단축을 수용할 수 있다며 문 전 대표를 압박하는 구도다. 비문 세력의 경우 개헌을 빌미로 문 전 대표를 흔드는 동시에 만약 효과를 보지 못하더라도 차기 임기를 3년으로 줄여 차차기 대선을 노려볼 수 있는 연합 권력투쟁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문 전 대표는 29일 열린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 5주기 추모식에서 “다음 정부의 가장 큰 과제는 개헌도 있지만 지금 촛불민심이 요구하는 것은 구시대의 적폐 청산, 그리고 진정한 민주공화국 건설도 있다”며 개헌이 우선순위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자연스레 개헌을 전제로 임기를 단축하는 문제에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 전 대표의 주장에 대해 친문(친문재인)계로 분류되는 안희정 충남지사도 동조했다. 안 지사는 “개헌도 백년대계로 국민과의 계약서인데 국민과 어떻게 논의할지 내용도 거론하지 않고 다음번 대통령 임기를 어떻게 하자느니, 개헌을 위해 당장 사람들이 모이자느니 하는 건 제가 볼 땐 다 대선을 위한 정략”이라며 비문계의 임기 단축 요구를 반박했다.
이들과 달리 비문계는 여야 할 것 없이 임기 단축 개헌론 수용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재명 시장과 박원순 시장, 김부겸 민주당 의원, 손학규 전 대표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반기문 총장까지 긍정적 입장을 보이며 문 전 대표와 차별화된 입장을 드러냈다.
본격적인 조기 대선 국면에서 비문 세력은 임기 단축 개헌을 강하게 압박하며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대세론’이 커지는 문 전 대표를 압박할 수 있는 카드로 개헌만큼 확실한 것이 없다. 최근 결선투표제 도입을 놓고도 비문 세력은 문 전 대표를 공격하며 기득권 유지 세력으로 치부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자’는 개헌론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면서 압박할 수 있다.
비문계 입장에서는 자신의 임기를 포기하면서까지 개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문 전 대표와의 차별화를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차기 대선에서 문 전 대표가 당선되더라도 훗날을 도모하는 데 유리하다는 전략도 밑바탕에 깔려 있다. 문 전 대표의 임기를 3년으로 줄이면 차차기를 노려볼 수 있는 대권주자들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 없다는 해석이다.
정치권에서는 문 전 대표가 언제까지 방어벽을 칠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에서 개헌특위도 본격 가동돼 개헌 논의가 시작되고 내년 조기 대선이 가시권에 들어올 경우 문 전 대표도 개헌에 대한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